내 힘으로 서고 걷자

김형찬
2023/06/26
"그 유모차만 밀고 다니시다 보면 나중에는 혼자서 걷기 힘들어지세요. 잠깐씩 쓰는 것은 괜찮지만 유모차를 너무 사랑하시면 안 되세요."
   
"알지~ 안 그대로 허리가 자꾸 더 굽는 것 같아서 걱정이야. 그래도 당장 이것 없으면 걷기가 힘드니 어떡해. 알면서도 놓을 수가 없네."
   
일명 '효도유모차'라고 알려진 보행을 보조하는 유모차를 밀고 다니시는 할머니들이 계시다. 처음에는 손주들이 쓰고 남은 유모차를 밀고 다니던 것이, 편하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아예 보행을 보조하기 위한 용도로 만들어진 제품들이 나오고 있다. 거동이 불편한 부모님을 위해서 자식들이 사주기도 하고, 지자체 등에서 주민복지를 위해 공급하기도 하는데, 노화로 허리나 무릎이 아픈 어르신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런데 종종 이 기구를 쓰는 분들에게서 몸의 기능들이 좀 더 빠르게 퇴화하는 경우를 본다. 특히 허리가 앞으로 굽어서 힘든 분들이 이 유모차를 밀기 시작하면서, 점점 허리가 더 굽으면서 본인의 힘으로 허리를 펴고 걷지 못하게 되기도 한다. 
   
“그러시다가 꼬부랑 할머니 되세요~” 라고 말씀드린다. 하지만 처음에는 편한 맛에, 나중에는 그것에 길들여져서 유모차 없이는 걷기가 힘들어진다. 힘이 들고 아파서 계속 쓰게 되고, 결국 허리 펴고 걷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이러한 현상은 전동휠체어를 쓰시는 분들에게서도 비슷하다. 물론 불가역적인 신체적 장애 때문에 쓰는 경우는 예외다. 
   
어르신들도 주변에서 이런 결과를 봤기 때문에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유모차를 밀기 시작하면 허리를 못 펴게 되고, 전동휠체어 타기 시작하면 다시 못 걷게 된다.”는 말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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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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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환자를 돌보면서 뜻하지 않게 오래 살게 된 현대인의 건강에 대해 고민합니다. 건강의 핵심은 일상생활에 있고, 그 중심에 몸과 정신의 움직임 그리고 음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생활한의학이란 주제로 지속 가능한 건강과 세상에 관한 이야기들을 나누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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