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해溶解

방아
방아 · 시나 소설, 읽고 쓰기를 좋아합니다.
2024/12/06
용해溶解
♡♡♡


펄펄 날리는 삭풍한설에
새하얗게 질린 대지 얼어붙고
가을 따라 떠나간 핏줄 못 잊어
헐벗은 나무 까매진 속 드러내고
앞서가는 한기에 몸서리 오는 날
설까치처럼 겨울 햇살이 양지천을 뛰논다

번잡스런 세상 피하고 피해
먼 길 돌아온 길손이 찾는다는 찻집 통창으로
오뉴월 서릿발보다 뜸해진 햇살이
먼 데서 온 친구처럼 마주 앉고

찬 기운에 맺힌 이슬인지
건조해진 눈에 들이부은 안액인지
쌓인 눈 틈으로 녹아 배이며
눈가를 적시는 여린 줄기의 액체
겨울볕 발치에 놓인 양지천이 흐른다

따뜻한 심장을 가진 친구 곁이라면
복잡한 물리적 원리가 아니어도
지난 청춘에 식어버린 심장이어도
다시 통과하는 빙점의 저편

해넘이가 코앞에 닥치며
나지막이 녹아나는 사람이 있다
사람 속에 있어도
보고픈 사람,
그리운 사람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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