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당신에게 비싼 사과를
2024/03/21
방이 없을 땐 인적 드문 공원이나 조용한 분위기의 카페, 도서관에 자주 갔다. 괴롭고 외로운 시간은 얼마나 느리게 가는지 모른다. 자극 없는 곳에 가더라도 마음 속이 시끄러우면 집중이 잘 되지 않는다. 집중력이 떨어지면 성에 차게 무언가를 해내기가 힘들고, 낮은 성취감은 자기 전 우울감을 불러 일으킨다. 저물어가는 기분은 눈물과 화를 꼬이게 만든다. 눈 안 가득 고인 눈물이 극적인 기분과 함께 터지려다, 시선 끝에 우연히 계절 꽃이 빛 받아 피어 있으면 그야말로 눈이 부시다.
퍼뜩 조현병의 '조현'이 현악기의 줄의 튜닝과 연관되어 있단 걸 떠올린다. 나는 손 끝으로 오락가락 하는 기분의 음을 잡는 상상을 했다. 실제로 감정의 파동이 강할 땐 의지와 상관 없이 기분이 구현화된 음악이 들렸다. 그대로 받아 적으면 작곡을 할 수 있었을 텐데, 유감스럽게도 난 그만큼 상세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