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픽션 아카이브] 2. 어쩔 수 없음 속에서도 '살아가는' 인간들
2023/06/02
[K픽션 아카이브]는 2020~2029년 출간된 한국 소설, 웹툰, 웹소설, 영화, 드라마 등 동시대에 발표된 픽션에 대한 리뷰를 아카이브 하는 장기 프로젝트입니다. 요즘 사람들의 욕망, 시대상을 포착하고 맥락을 잡아내는 작업을 합니다. (소설들부터 채워가는 중)
▼지난 리뷰 모음▼
▼지난 리뷰 모음▼
인간은 자유의지로 인생을 개척하는가, 운명에 휩쓸리는가.
이야기에는 힘이 있다. 독자는 작품 속 인물들에 자신을 투영해 그가 느끼는 감각과 감정을 느끼며, 비단 그것이 허구일지라도 동일시하는 경험을 하곤 한다. 나도 그랬다. 어린 시절 만화를 보면서 내가 공감하는 인물들은 대개 주인공들이었고, 그들과 함께 모험하고 역경을 극복하면서 나도 성장하는 기분을 느꼈다. 그러나 나이를 먹어가며 점차 몰입의 빈도가 줄어갔다.
나는 세상 안에서 주인공이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으면서였을까. 나이를 먹으며 내 주제와 그릇을 알아가면서부터였을까. 점차 남 얘기 같은 성장서사와 멀어지게 되었고, 히어로 이야기 같은 선택받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지 않게 되었다. 대신 조연들의 이야기, 기묘하고 기이해서 방치된 존재들의 이야기 같은 외곽의 이야기를 좋아하게 되었던 것 같다.
내가 그런 이야기에 매료된 까닭은 '휩쓸림'에 있었다. 자유의지로 원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나아가는 이들보다 태어나면서부터 운명의 소용돌이에 휩쓸린 사람들이 허우적거리며 살길을 찾아가는 이야기가 더 내 이야기가 같았으니까. 세상은 극복해야할 것들 투성이고, 그에 상응하는 노력을 하며 뛰어가야 간신히 '평범한' 사람들과 발 맞추어 걸을 수 있는 걸 살아오며 깨달았으니까.
그때의 나는 그래서 '자유의지'라는 말을 미워했던 것 같다. 최선을 다해 달려와 간신히 도착한 곳이 누군가에겐 날 때부터 부여받은 출발점이었다는 것을 알았을때, 그곳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