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량 특집'이라고 하면 '공포 영화'나 '공포 드라마'를 쉽게 떠올리게 됩니다. 요 근래는 잘 쓰이지 않는 말인 것 같더군요. 낯선 말이 되어서인지 '납량(納涼)'을 '남양'이나 '남량'으로 오해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습니다.
출처: 머니투데이
들일 납(納)에 서늘할 량(涼)을 써서 '서늘함을 들인다'는 뜻으로 여름에 더위를 피해 시원함을 느끼게 하는 활동을 말할 때 쓰이는 표현입니다. 요새 말하는 '피서'(避暑, 더위를 피하다)와 비슷한 의미입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납량'이라고 하면 '공포 이야기'와 등치되었습니다.
'납량'이라는 표현은 조선시대에 그렇게 활발하게 쓰인 표현은 아닌 것 같습니다. 조선왕조실록에도 몇 번 등장하지 않습니다. 19세기말에서 20세기 초 신문에서 쓰인 것을 보면 '납량하다'라는 표현으로 종종 활용된 것을 볼 수 있습니다만, 본격적으로 신문에 많이 등장하게 된 것은 1910-30년대입니다(신문이 늘어난 효과도 있겠습니다만). 이 당시에는 당연히 한국에 영화나 드라마가 일상화되지 않았으니 '납량 특집' 운운하는 이야기가 나왔을 리가 없지요.
1950년 이전 신문기사에서 기사 만건당 '납량' 출현하는 빈도값
'납량열차', '납량음악회', '납량사진', '납량시장' 등과 같은 표현이 쓰이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여름 맞이 피서 활동들이라는 의미에서 이러한 표현들이 쓰였습니다. 단적으로 '납량영화'라는 표현이 1930년대에 쓰인 맥락을 보면 차이가 확 느껴집니다.
1938년 〈매일신보〉의 한 광고에 '납량영화'라는 표현이 등장합니다.
1938년 8월 7일자 〈매일신보〉의 한 광고
"애독자 위안 납량 영화대회"에서 상영 영화의 리스트는 "(1) 조선영화[철?]인도 (2) 대활극[막통가?] (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