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껍아 두껍아 헌 차 줬으니 새 차 다오 - 4화

천세곡
천세곡 · 남들과는 다르게 누구보다 느리게
2024/02/27
*사진출처: Photo by Tim Meyer on Unsplash



아내는 나를 한번 쳐다보더니 말없이 무언가를 내밀었다. 그것은 통장이었다. 받아 드는 나의 손이 떨린다.

  10년 가까이 다닌 직장이었으나 퇴직할 때까지 말단을 벗어나지 못한 나였다. 벌이는 형편없었고 고정비로 나가는 돈을 빼면 사실상 남은 돈이 거의 없었다. 그 와중에도 내 아내는 허리띠를 졸라매며 한 푼 두 푼 돈을 모아놓았단 말인가? 

  눈물이 차오르는 것을 억지로 참으며 통장을 열어 본다. 익숙한 입금자명이 눈에 들어왔다. 어라? 이거 내가 관둔 회사잖아? 다시 통장 맨 앞장을 보니 내 이름이 적혀있다.

  그렇다. 그건 나의 퇴직금 통장이었다. 서랍 속에 꽁꽁 숨겨둔 것을 어찌 알고 찾아냈을까. 물론, 퇴직금 받은 것을 아내에게 숨긴 것은 아니다. 다만, 혹시 모를 나중을 위해 일단 쓰지 말자고 다짐했던 것이다.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니.

  나는 다시 침착하게 말한다. 퇴직금은 건드리지 말자고. 내가 나이도 있고 재취업이 언제 될지 알 수 없으니 얼마 안 되는 돈이라도 일단 놔두는 게 나을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내 말을 듣자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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