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지 않은 여행자의 기록: 책으로 세상을 읽다. _ 곤살레스 마시아스 <세상 끝 등대>
2023/03/23
이야기는 가보지 않은 곳을 자료로 조사하며 쓸 수 있다고 믿으면서도, 실재하는 여행지에 대한 기록은 가 봐야지만 잘 쓸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스페인의 작가 곤살레스 마시아스는 그 어느 곳 하나 직접 가보지도 않은 곳에 대해 기록했고, 그것을 책으로 엮었다. 그 책은 바로 <세상 끝 등대>(Breve atlas de los faros del fin de mundo 2023)다.
곤살레스 마시아스. 그가 항해한 바다는 실재의 바다가 아니다. 그는 실재 바다를 건너 전 세계를 도는 대신, 무수한 정보가 넘실거리는 정보의 바다를 헤쳐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수집했다.
나 역시 거의 2년 동안 정보의 바다를 헤쳐 나가면서, 가끔은 증명하기 어려운 이야기들 사이에서 옥석을 가려내고자 애썼다.
<세상 끝 등대> 10쪽
그는 책을 시작하기도 전에 자신은 이 책에 쓴 등대를 직접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는 것을 밝혔다. 또한 쥘 베른의 소설과 그의 작품 특징, 그 역시 단 한 번도 가본적 없는 곳에 대하여 생생한 묘사를 통해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 낸 것처럼, 자신 역시 가본 적 없는 곳에 대한 기록을 남기고자 노력했다는 것을 강조했다.
인공위성과 GPS, 내비게이션 등 현대의 기술이 발전하면서 그 역할이 소용없어지자 역사 속으로 흘러 들어가 버린 옛 기술, '등대'. 그에 대한 기록을 남기면서 역으로 현대의 기술을 사용한다니.
창문에 세차게 부딪치는 태풍과 그 태풍 뒤에 도사리고 있는 고립, 그리고 안개 사이에서 우리를 엿보고 있는 고독을 (현대의 기술의 도움으로 편하게) 나는 느꼈다.
<세상 끝 등대> 11쪽
그런 이 책을 읽고 있는 나도, 그 후에 그에 대한 글을 쓰는 내 글의 방문자도 현대의 기술을 이용해 편안히 앉아 보고 있을 것을 생각하면, 참 많은 생각이 든다.
<세상 끝 등대>에는 총 34개의 등대에 대하여 기술하고 있다. 이 책의 기술 방식은 매우 단순하다. 해당 등대가...
생각은 많고 행동은 좀 느리지만 달리기 시작하면 제법 빠른. 그런 곰. 아니 사람입니다.
독서를 하고 내가 생각하는 것, 그리고 느끼는 것을 쓰고 그리는 얼루커가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