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의 퀴어談] 밥 먹여주는 문학을 위해

이웃집퀴어
이웃집퀴어 · 외국기업경영총괄/위기관리 전문
2024/08/16
얼마 전 50년 넘게 신인문학상을 주관하는 등 현대문학의 반세기 역사를 써온 <문학 사상>사가 경영난으로 폐간 위기에 처했다가 부영그룹 이중근 회장에 의해 인수되어 명맥을 유지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신임 사장으로 동아일보 출판 편집장을 내정했다니 수익성에 좀 더 초점을 둔 사업활동으로 조직을 개편하지 않을까 싶다. 출판업이 사양길로 들어선 건 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 영국 등 글로벌 출판시장의 중심에 선 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영미문학과 아카데믹 연구성과 출판으로 세계적 리더십의 위치에 있는 옥스퍼드 대학출판사(Oxford University Press) 역시 올해 '옥스퍼드 출판의 미래(The Oxford Handbook of Publishing)'을 통해 인터넷 시대에도 살아남는 지속 가능한 출판업을 위한 인사이트를 소개한 바 있다. 
대학에 입학한 1990년대 후반을 돌아보면 너 나 할 것 없이 책가방이 터져 나가게 원서 등종이책을 짊어지고 강의실, 세미나룸, 도서관을 종일 누비며 저녁이면 허리가 휠 지경이었다. 법학 전공이었지만 주변 친구가 대부분 영문학과인데다 4년 내내 붙어 다닌 유일한 레즈비언 친구가 국문학 박사과정에 있어 나의 대학 생활은 상당히 '문학적'이었다. 신문사별, 출판사별로 매년 수차례 출간되는 신춘문예 당선작 모음집을 손만 뻗으면 쉽게 구해 읽어볼 수 있었다. 국문학 박사생 언니는 봄/가을이면 각종 문예사 당신 집을 옆구리에 끼고 다니며 좋아하는 작품에 빠져, 후문 앞 카페 <Yesterday>에서 버드와이저를 거듭 들이키며 마치 열애 중인 애인 얘기라도 풀어내듯 볼까지 발그레해지며 달뜬 문학의 밤을 보냈다. 
정작 나의 사랑은 정치, 경제, 국제금융 등 사회과학이라 문학은 언니 접대용으로 그저 구색만 갖춰둘 뿐 진지하게 들여다보지 않았다. 성공을 꿈꾸는 청춘인 내게, 잘 모르지만 문학 세계는 어느 시인의 말처럼 '작금 위험한 짐승'처럼 느껴졌다. 박완서 작사를 옆집 아줌마로 보며 자랐지만 그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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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워지는 삶에서 기억되는 삶으로 비행 중인 중년 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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