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누굴 닮은 거야?

배윤성
배윤성 · 에세이집 '결론들은 왜 이럴까'를 냄
2023/10/18

   
   정기 검진 때 찍은 초음파 사진을 보며 배를 통통 차는 아이가 어떻게 생겼을지 상상했다. (벌써 30년 전 일이다) 나를 닮았을까. 남편을 닮았을까. 우리 부부의 첫 작품이 어떤 얼굴과 어떤 성격을 장착하고 나올지 궁금했다. 예쁘고 똑똑한 아이를 낳기 위해   천사같은 아기 사진을  수시로 들여다 보았다. 머리 좋은 아이를 낳을까 해서 미적분을 풀기도 했다. 
  “못생기면 애프터 서비스 비용이 많이 들 텐데. 머리 나쁘면 공부시키기 복장 터질 거구. 이왕이면 예쁘고 머리 좋은 얘가 나오면 좋겠다.”
  유전자 조합이 좋은 생명체가 태어나길 기원했다. 그래야 아이도 편하고 그 아이를 키워야 하는 나도 편할 테니까. 
  “너희 두 사람 닮은 애가 나오겠지. 옆집 서방 닮은 애가 나오겠냐. 배 속에 있을 때가 편한 줄 알아. 나오면 그때부터 고생이야.”
  엄마는  차분히 기다리라고  했다. 느리게 시간이 흘렀다. 대학 합격자 발표 날을 기다리듯 운명의 날을 기다렸다. 
드디어 결전의 날. 제왕절개로 여자아이가 세상에 왔다. 
마취에서 깨어났을 때 간호사가 양수에 퉁퉁 불어있는 아이를 보여줬다. 
“여자아이입니다.”
 
누가 꼬집는듯 목젖을 보이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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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문학을 전투적으로 공부하며 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매일 읽고 생각하고 쓰는 생활을 하다보니 내가 축적하고 있는 것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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