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외출했는데 비가 오네요
얼른 집에 와서 세탁기에 돌려야 하는 옷을 꺼내 입고
비 맞고 돌아왔어요

오늘은 맞을만했어요

이런 날은 길가의 사람들이 두 부류로 나뉘어요

아침부터 온 비가 아니라 우산을 쓴 사람은 
이제 막 집을 나섰거나 일기예보를 잘 들은 사람이겠죠
나머지 사람들은 평소의 걸음걸이로 비에 젖어가고 있어요
천천히 우산이 없는 사람들 속에 섞여 빗물이 머리카락을 
타고 흐를 때까지만  맞고 왔어요

머리를 감고
비 맞은 날을 표시해두고
몸을 말리고
열어둔 창문은 닫고
어두운 빗물이 창문에 붙어

유리창은 거대한 거울이 된 것 같아요

창가에 선 나는 표정이 없네요 

비가 오면 왜 그러는지 나에게 물어도 대답이 없어요

그냥 좋은 거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