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포 선라이즈 : 사랑을 피하지 말아야할 이유

100mopo
100mopo · 글쟁이
2023/01/25
비포 선라이즈는 언뜻 여행지에서 첫눈에 반한 남녀의 낭만적인 하룻밤을 그려낸 것 같다. 물론 그렇긴 하다. 단지 그것이 다가 아니다. 그래서 이 영화는 사랑에 관한 수많은 영화 중에도 손 꼽히는 자리에 위치한다. 이 영화는 그저 첫눈에 이끌린 청춘 남녀의 풋풋한 사랑 이야기가 아니다. 한 남자의 세계와 한 여자의 세계가 부딪히며 일으키는 마찰음을 어떻게 화음으로 만들어가는지 보여주는 영화다. 서로 다른 두 세계가 일치하는 하나가 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뒤섞여 공존하게 되는지, 우리가 사랑이라는 낭만적인 이름으로 포장하지만 실상은 그저 함께하기 위해 억지로 포개어두는 관계에 관하여 보여주는 영화다. 우리가 이 두 남녀의 사랑에 설득되는 이유는 마냥 아름답고 예쁜 모습이 아니라 밀어내려해도 당겨지고야 마는 그 마음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비포 선라이즈가 많은 이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멋진 연출에 있지 않다. 예쁘게 꾸며대는 여타 흔한 로맨스영화와 다른 점은, 배경과 인물이 주는 시각적 자극은 훌륭하지만 벌어지는 사건이나 오가는 대사는 달콤하기는 커녕 쌉싸름하고 텁텁하기만 하다. 그리고 우리는 인정하기 싫지만 그것이 사랑의 실체라는 것을 안다. 서로의 화려한 외형에 이끌렸지만 고민과 잡음이 내면에 가득하다는 것을 안다. 멋진 상대에게 운명적인 사건으로 사랑하게 되는 로맨스 판타지가 아니라, 사랑하고픈 상대 앞에서 주저하고 고민하는 현실을 담았다.

화창한 태양이 뜬 환한 낮을 사랑이라고 보면 비포 선라이즈는 그 직전을 의미한다. 즉, 사랑이 시작되기 전 단계를 보여주는 이 이야기를 상징한다. 반드시 해는 뜰것이고, 그 일출을 바라봐야하는 시점이다. 그 환한 햇살을 마주할지, 뒤돌아 어둠으로 돌아갈지는 스스로 정할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해가 뜨는 순간에는, 그 찬란함을 등지는 것보다 일단 그 환한 햇살을 향해 아무런 생각 없이 바라보고 있을 것이다. 그 태양을 언제까지 바라볼지는 몰라도, 적어도 그 순간을 피하고 싶진 않다. 이렇게 우리는 사랑을 갈구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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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 관한 관심이 많습니다. 왜 인간은 이런가, 왜 연애를 못하는가, 왜 더 나아지지 못하는가. 관찰하고 고민하고 정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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