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가 자신이 속한 영역을 비판하는 법 - 영화 <타르>

김모든
김모든 인증된 계정 · 모든 연결에 관심이 많습니다
2023/02/13


* 이 글은 영화 <타르>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스포일 지수 90% 높음)

출처 Wikipedia


 
'와, 이런 캐릭터라니.' 
케이트 블란쳇의 연기도 좋았지만, 난 그가 연기한 캐릭터 '타르'가 더 좋았다. 성추문에 빠지는 레즈비언 리더라니, 전에 없던 캐릭터다. 최근 퀴어 영화는 흔해졌지만, 성소수자가 최고 자리에 오른 리더인 데다가 나쁜 x이라니. 그러고 보면 인구의 약 5% 가 성소수자라면 그중 리더도, 범죄자도 있어야 한다. 한때 인구의 약 10%까지 추산되는 장애인들은 왜 죄다 착한 피해자 역할이냐고 누군가 물었다. 비장애인을 등치는 나쁜 장애인도 나올 수 있지 않은가. 나는 이런 면에서 영화 <독전>에서 머리 좋고 성격 까칠한 청각장애인들 캐릭터가 좋았다. 

하지만 곱씹어볼수록 이 영화가 여성이나 소수자 영화는 아니었다. 주제는 소수자 지향으로 보이지만, 주인공이 소수자가 아니다. 이점은 초반부 케이트 블란쳇의 대사에 드러난다. 그는 자신을 '남자'라고 생각하며 여성이나 소수자 이슈에 관심이 전혀 없다. 그동안 클래식계가 백인 남성 위주였다는 사실을 거론하며 바흐의 곡을 치지 않겠다는 유색인종 학생의 주장을, 타르는 가볍게 무시한다. 자신이 입양한 딸의 학교에 가서도 자신을 '남편'이라고 말하며, 딸을 괴롭힌 아이를 마치 마피아 두목처럼 윽박지른다. 영화를 보다 나는 깨달았다. 케이트 블란쳇이 권력욕에 빠진 남성을 흉내내며 연기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 지점에서 소름이 돋았다. 그러니까 그동안 백인 남성 리더가 어떤 짓을 저질렀는지를 영화는 보여주었다. 백인 남성, 게다가 나쁜 리더라면 마치 거울치료를 받는 기분이 들지 않을까?

영화는 클래식계에서 벌어진 이야기를 다루지만 관객은 이상하게도 영화계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리게 된다. 아마도 타르는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젊은 여성의 성을 착취해온 것 같다. 마에스트로(거장)이라 불린 타르처럼 영화판에도 마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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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김재아란 필명으로 SF장편 <꿈을 꾸듯 춤을 추듯>을 썼다. 과학과 예술, 철학과 과학 등 서로 다른 분야를 잇는 걸 즐기는 편이다. 2023년 <이진경 장병탁 선을 넘는 인공지능>을 냈다. ESC(변화를꿈꾸는과학기술인네트워크) 과학문화위원장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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