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참사... 동물들이 먼저 죽었습니다

김성호
김성호 인증된 계정 · 좋은 사람 되기
2023/10/07
▲ 제15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포스터 ⓒ 제15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었다. 사회적 참사의 희생자 가운데 인간이 아닌 존재가 있으리란 사실을 말이다. 나의 머릿속에서 참사의 피해자는 언제나 인간이었다. 당연했고 의심한 적 없었다.

영화제 프로그램노트를 보고 받은 충격이 제법 컸다. 추천받은 작품이 아니었음에도 제15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볼 영화 중 하나로 <인간의 마음>을 고른 데는 이러한 연유가 자리했다.

영화는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다룬다. 가습기 내 세균번식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불티나게 팔린 가습기살균제가 알고 보니 유독성이 있는 물질이어서 노출된 이들이 죽고 병든 바로 그 사건이다.

인정된 사망자만 1700명이 넘는 이 사건은 1차적으로는 안정성 없는 제품을 만들어 판 업체와 이를 관리하는 데 실패한 정부의 책임이며, 나아가 업체에 유리한 결과를 내놓으려 연구내용을 조작한 일부 학자들과 로펌의 비윤리적 행태까지 겹친 사회적 참사로 물의를 일으켰다. 관련된 업체만 해도 옥시레킷벤키저와 SK케미칼, 애경, LG생활건강, 롯데마트, 이마트, 홈플러스, 코스트코 등 다수인데, 다큐가 이들 기업의 홈페이지에서 관련 내용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고 비판할 만큼 기억이 빠르게 스러져가고 있다 보아도 좋겠다.
▲ 인간의 마음 스틸컷 ⓒ 제15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는 인간만이 아니었다

<인간의 마음>은 사회적 참사로부터 우리가 주목하지 못한 부분에 카메라를 가져다 댄다. 다름 아닌 동물이다.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한 피해자들이 건강상 문제를 겪기 이전, 이 참사를 인지할 수 있는 기회가 한 번은 더 있었다는 것으로부터 영화는 이야기를 시작한다.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한 가정 중 적지 않은 수가, 아마도 한국 반려동물 소유 가정 비율만큼 많은 수가 동물을 키우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이들 가정에서 많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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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 서평가, 작가, 전직 기자, 3급 항해사. 저널리즘 에세이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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