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경험한 인문학

김석관
김석관 인증된 계정 · 기술혁신 연구자
2024/05/09
1. (주관적인 경험에 근거해서 객관적인 이야기를) 최근 인문학, 비판적 사고, 교육 개혁 등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개인적인 경험에 기반해서 인문학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것에 대해 간략하게 정리해보고자 한다. 나는 어쩌다보니 자연과학, 인문학, 사회과학을 차례로 조금씩 공부했고 지금은 사회과학 연구를 하고 있는데, 한때 인문학을 경험했다가 나온 사람이라는 점에서 내부인에 비해서는 조금 더 객관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입장이다. 그러나  인문학에 대한 객관적 이야기를 매우 주관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해보겠다.

2. (인문 교육의 정석) 서울대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지금의 과학학과) 석사과정에 진학해서 3년 동안 과학철학, 과학사, 과학사회학(과사철) 과목들을 조인래, 김영식, (서강대로 가서) 김경만 선생님께 배웠고, 5동 철학과에 가서 인식론, 언어철학, 분석철학, 심리철학 등을 김여수, 김영정, 이명현, 김효명 선생님께 배울 기회가 있었다. 이들 과목 중 지도교수였던 조인래 선생님의 과학철학 수업을 4번 들어서 제일 많이 들었다. 원래 적성이 문/이과 반반이었다. 그런 적성의 학생이 한 학년에 540명만 뽑는 지방 이공계 단과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의 종합대학에 와서 인문학 공부를 하니 대학을 다시 들어간 느낌이었다. 개인 차원의 르네상스 느낌. 지금 생각해보면 학문적으로 탁월하시고 인격적으로도 훌륭하신 선생님들에게 인문 교육을 정석대로 배운 것같다. 우선 열악한 환경에서도 헌신적으로 가르쳐주신 김영식, 조인래 두 분 선생님께 감사를. 

3. (정답 없는 질문) 대부분의 수업은 논문을 읽고 와서 3시간 동안 토론하는 reading seminar 였다. (돌아가면서 발제하는 방식이 있었는지 잘 기억이 안남) 그중에서도 첫 학기 김영식선생님의 과학사통론 수업은 매우 독특한 경험이었다. 매주 500쪽 정도의 영어 자료를 읽어야 했는데, 이제 이공계 대학을 갓 졸업한 아무 생각 없던 신입생에게는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한주 내내 ...
김석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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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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