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자가 직접 이야기하는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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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21
By 김영주 alookso 에디터
출처: 넷플릭스
지난 3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정신병동에 아침이 와요(이하, 정신아)>는 ‘위로와 힐링의 드라마’로 평가받는다. 다양한 캐릭터가 각자의 아픔을 극복하려고 노력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의료진 또한 환자를 돌봄으로써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고 살핀다. 탄탄한 줄거리와 극적인 연출로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잡았다.

이 드라마는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원작에서는 주인공만 사람이고 환자나 다른 의료진은 동물이나 채소로 그려졌다. 그래서 아기자기한 느낌을 자아내며 ‘정신질환’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친근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한 장점이 있다. 원작자 이라하 작가는 정신병동 간호사로 6년간 일한 이력이 있다. 그를 직접 만나서 이 이야기로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는지 물어봤다.
단행본에 사인하는 이라하 작가 (alookso 김영주)
  • “누구나 아플 수 있다. 당신도, 나도. 우리는 모두 동등한 사람이다” 이라하 작가
정신질환은 나한테도 올 수 있고 당신한테도 올 수 있다. 그러나 그런 병이 있다고 해서 열등한 인간은 아니다. 이런 생각이 드라마에 잘 담겨서 좋았다.

여러 드라마 리뷰 중 기억에 남는 글이 하나 있다. 그분은 증상이 심하지 않아 입원까지는 하지 않았는데 10년 이상 약을 복용 중이라고 했다. ‘정상인이 아니다’, ‘어딘가 부족하다’, ‘내 잘못이다’ 같은 느낌을 평생 받아왔다고 한다. 그런데 이 드라마를 보고 ‘나, 보통 사람이구나’라고 인정받은 것 같아서 안심했다고 한다.

이라하 작가는 정신질환자 당사자뿐 아니라 주변인에게도 말을 건넨다. 극 중에 주인공의 우울증이 심해져 집에서 잠만 자는 장면이 있다. 그러자 친구가 그를 억지로 데리고 나오는데 결국 둘의 관계와 주인공의 증상은 악화될 뿐이었다.

  • “정신질환자의 주변인에게도 닿길…” 이라하 작가
숟가락 들 힘도 없는 사람에게 숟가락 들라고 하는 건 폭력이다. 어느 정신질환자의 가족이 ‘걔가 마음이 약해서 그렇다’고 생각하며 그렇게 말하곤 했는데, 이 드라마를 보고 나서 ‘내가 가족한테 해서는 안 되는 말을 하고 있었구나’ 깨달았다고 한다.

“잘 만들어진 교육방송 같았다” 이라하 작가는 원작자가 아니라 드라마 시청자 입장에서 이렇게 말했다. 실제로 그는 드라마 제작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 드라마 극본을 집필한 작가진과 미팅을 가질 때 한 가지만 당부했다.

  • “환자 시선의 자문도 중요해” 이라하 작가
환자가 상처받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 웹툰 그릴 때도 가장 무서워하며 우려했던 점이다. 웹툰 초고를 처음으로 동료 간호사에게 보여줬을 때 “너 환자를 깔보는 것 같아. 불쾌해”라는 반응을 접하고 고쳤다. ‘나는 환자들과 달라서 그들을 돌봐주고 지켜줘야 해’라는 시선이 초고에 더 드러났던 것 같다.

그래서 제작진에게 조심스러우면서도 강력하게 말씀드렸다. 환자의 자문을 받으면 좋겠다고. 다른 드라마나 영화에서 정신과 소재를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 느낌으로 자극적으로 소비하는 경향이 있어 걱정도 했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제작진과 이야기가 잘 통했다. 드라마 극본 작가가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물어보기에 ‘환자들 생각이 가장 중요하다’고 답했다.

이렇게 원작이 있는 경우 극본 작가는 굳이 원작자를 만나려 들지 않을 때가 많다. 이런저런 요구 사항을 반영하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드라마를 집필한 이남규 작가는 이라하 작가에게 만남을 청했다. 정신과 소재인 만큼 원작자의 자문이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라하 작가에게 남의 손으로 바뀐 작품을 보는 입장이 어떤지 물었다. 실제로 드라마화 과정에서 몇 가지 설정이 바뀌었다. 원작의 주인공은 혼자 사는 설정이었는데 드라마에서는 어머니와 함께 산다. 내과 3년 차가 정신과로 옮기는 설정 역시 추가된 것이다. 원작 주인공은 첫 화부터 정신과 간호사였다.

  • “드라마 보면서 많이 배웠어” 이라하 작가
설정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그런데 내과에서 정신과로 옮긴 ‘정신과 신입’이라는 설정에서는 많이 배웠다. 선배 간호사가 신입 간호사에게 설명하는 장면을 통해 정신병동이라는 특수한 환경을 자연스레 시청자에게 전달할 수 있었다. 연출적인 부분에서 배울 수 있었다.

그러면서 드라마와 웹툰은 각각의 장점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 “웹툰은 관찰자 시점에서 볼 수 있어” 이라하 작가
드라마는 캐릭터의 감정이 날것 그대로 드러나서 감동적이었다. 에피소드를 차례차례 따라가다 보면 캐릭터에 몰입해서 끌려 들어가게 된다. 반면 웹툰은 관찰자의 시점에서 보다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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