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와 나

재재나무
재재나무 ·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
2023/11/27
 어딘가 있을 텐데. 하나 쯤은 어디 있지 싶은데. 도통 보이질 않는다. 시도 때도 없이 만나는 십자가엔 예수가 없다. 교회 첨탑 아래 쌓인 죄들은 외출 중이다. 집 어딘가도 있었을 예수는 흔한 죄들을 데리고 이미 누군가와 마시는 중일지도 모른다. 
   
예수와 나
/박영선
   
예수와 술을 마신다
우울하고 가난하고
되는 일 없어 마신다
   
예수가 네 잔을 마시고
후회스럽다고 말했다
내가 세 잔을 마시고
소용없다고 말했다
   
예수가 한 병을 다 먹고
들어가겠다고 했고
나는 꺼지라고 했다
   
예수가 취한다
슬픈 얼굴이다
예수와 나는 
탁자에 얼굴을 구기며
형편없이 울었다
   
오늘은 내가
남루한 주머니를 열고
예수의 술값을 내주었다
떠나는 
예수를 
위해
   
 일이 끝나고 난 뒤 밀려드는 공허함을 딱히 어찌해볼 도리가 없다. ‘오늘은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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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분야에 관심이 많아요. 그냥 저냥 생활글을 잘 쓰고 싶은 사람입니다. 나의 이야기가 우리의 이야기가 되는 글을 쓰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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