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지한 추천 02: 여유와 설빈 3집, '희극'

진지
진지 인증된 계정 · 음악평론가
2024/01/25
여유와 설빈 3집, '희극' (c) 여유와 설빈

피어올랐다가 사라진다.
선명하게 맺히는 음악이 아니다. 어쿠스틱 기타와 두 남녀의 목소리가 잔잔한 파도 소리와 함께 흩어진다. 포크와 엠비언트 사운드의 절묘한 조화다. 소리를 섬세하게 배치한 작업자의 노고가 돋보인다.

아홉 트랙이 하나의 결로 이어지는 수작이다. 볼륨을 줄이게 되는 트랙이 없다. 고루 좋은 앨범은 귀하다. 배경음악처럼 멀리서 듣는 것보다 녹차를 마시듯 음미하며 가까이 듣길 추천한다. 2번 트랙 ‘너른 들판’에서는 제주의 바람 소리와 아스라한 별빛 같은 피아노, 나직한 베이스로 구성된 후주가 일품이다. 8번 트랙 ‘하얀’의 글 짓는 소리와 파도 소리는 2분 42초간의 오디오 작품이다. 

치유의 사운드에 그렇지 못한 상실의 가사를 노래한다. 이 앨범이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인 이유다. 저 너머의 빛을 봐야 한다며 두 남녀가 너른 들판을 달리는 풍경에는 안개 속 희미한 불씨만 보일 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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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차-세대 음악평론가 진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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