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널쇼퍼 ㅣ 유령들

악담
악담 · 악담은 덕담이다.
2024/10/17
 
감독ㅣ올리비에 아사야스
출연ㅣ크리스틴 스튜어트, 라르스 아이딩어, 노라 본 발드스타텐, 앤더스 다니엘슨 리 外
개봉ㅣ2017.02.09.
반전을 싫어하는 독자(혹은 시청자, 관람객)은 없을 것이다. 영화 << 식스센스 >> 와 << 유주얼 서스펙트 >> 에서 x맨의 정체가 폭로되었을 때 우리는 망치로 뒤통수를 맞은 듯한 충격에 휩싸이게 된다. 가장 유명한 뒤통수 후려치는 명수는 아가사 크리스티가 아닐까 싶다. << 오리엔트 특급 살인 사건 >> 은 반전 서사의 전설이 되었다. 19세기 말에 태어나 20세기 초까지 활동했던 그리스 시인 콘스탄틴 카바피의 시 < 야만인을 기다리며 > 를 끝까지 읽고 났을 때 나는 뒤통수가 얼얼해서 두 손으로 머리를 감쌌다. 허풍이 아니다. 다음은 이 시의 전문이다(끝까지 읽어보시라). 


야만인을 기다리며 | 콘스탄틴 카바피


-우리가 이렇게 광장에 모여서 기다리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야만인들이 오늘 도착한다고 한다.


-원로원은 어째서 저렇게 게으름을 피우고 있는가?
왜 의원들은 아무 법률도 통과시키지 않고, 그냥 가만히 있는가?


그것은 야만인들이 오늘 도착할 것이기 때문이다.
왜 의원들이 법률을 제정해야 하는가?
법률은, 야만인들이 도착하면, 그들의 손으로 만들어질 것이다.


-어째서 우리의 황제는 오늘 저렇게 일찍 일어나서
도시의 가장 큰 관문 위에 자리를 잡고
엄숙한 모습으로 왕관을 쓰고 옥좌에 앉아 있는가?


그것은 야만인들이 오늘 도착할 것이기 때문이다.
황제는 그들의 지도자를 맞이하려고 기다리고 있다.
황제는 양피지 두루마리 까지 갖고 나와
그 지도자에게 많은 명예로운 칭호와 작위를 수여할 준비를 갖추었다.


-어째서 오늘 우리의 집정관과 행정관들이
온갖 수가 새겨진 진홍빛 토가를 입고 나와 있는가?
어째서 자수정이 뻔쩍거리는 에메랄드 반지들을 끼고 나왔는가?
어째서 그들은 은과 금으로 정교하게 장식된
저렇게 귀한 지팡이를 들고 있는가?


그것은 오늘 야만인들이 도착할 것이고,
그런 것들이 야만인들의 눈을 부시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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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1호 하드보일드 센티멘털리티 악담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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