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연초 씨 구술생애사 _ 프롤로그

블라시아
블라시아 · cpbc 라디오 작가인 기혼 여성
2024/03/21
1928년에 태어난 내 할머니 윤연초 씨는 서울 모처에서 혼자 살고 있다. 종종 전화를 걸면 아흔여섯 이라는 연세가 무색하게 크고 분명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아서 나를 안심시킨다. 그 연세에, 혼자 사시는데도 우울증이나 치매가 없다. 기억력은 또 어찌나 좋은지. 이토록 또렷한 정신으로 백 년 가까이 산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언젠가 할머니가 죽으면 그 안에 있던 수많은 이야기는 어떻게 되는 걸까? 문득 궁금해지며 조바심이 났다. 할머니에 대한 글을 써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을, 어떻게 쓰면 좋을까 고민하던 중 구술생애사 최현숙 이란 이름이 떠올랐다. 그녀가 쓴 경향신문 칼럼을 읽으며 어쩜 이렇게 정확하고 강한 힘이 있는 글을 쓸까 놀랐고 또 구술생애사라는 작업이 흥미롭게 느껴졌던 기억이 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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