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전이 이뤄낸 30년만의 재회 - 이산가족찾기 특별생방송(1983)

강부원
강부원 인증된 계정 · 잡식성 인문학자
2023/03/17
텔레비전을 통해 이산가족상봉이 이뤄지는 장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이산가족찾기 특별생방송 사진기록물 중에서.
   
한국전쟁 휴전 30주년 특별생방송
   
1983년 6월 30일 목요일 밤 10시 15분 KBS1 채널에서 <이산가족을 찾습니다> 특별생방송이 시작됐다. 한국전쟁 휴전 30주년을 맞아 텔레비전 생방송을 통해 이산가족을 찾게 해주겠다는 기획 의도로 시작한 방송은 원래 2시간 동안 진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방송 시작부터 심상치 않은 조짐이 있었다. 몇 주 전부터 이산가족찾기 생방송에 대한 예고가 나가자, 3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출연을 신청했기 때문이었다. 예상한 것보다 더 뜨거운 호응에 고무된 제작진이 사전 신청자들 중에서 선별한 150명을 공개홀로 초청해 방송은 시작됐다. 
   
그런데 생방송이 진행되는 공개홀 밖에는 아쉽게 출연이 불발된 사람들 중 300명가량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찾아와 대기 중이었다. 이들은 저마다 나도 텔레비전 방송에 나오게 되면 가족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스튜디오 안팎은 모두 달뜬 분위기였다. 현장의 분위기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생방송 진행을 맡은 유철종, 이지연 아나운서는 어디에 내놔도 뒤지지 않을 베테랑 아나운서들이었지만, 이들 역시 이날따라 무언가 정돈되지 않고 긴장한 느낌이 역력했다. 
당시 신문들도 이산가족찾기 특별생방송을 통해 30년만에 만나게 된 가족들의 사연을 연일 소개했다.(「이 아픔, 이 통곡, 이 단절」, 『동아일보』, 1983년7월 4일)
   
프로그램의 얼개는 매우 단순하고 명료했다. 공개홀로 초청된 이산가족들이 한 명씩 나서 자신이 누구인지지 밝히고, 찾고자 하는 가족은 누구이며, 언제 어디서 헤어졌고, 잃어버린 부모와 형제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지를 돌아가며 인터뷰하는 방식이었다. 1.4...
강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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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신문과 오래된 잡지 읽기를 즐기며, 책과 영상을 가리지 않는 잡식성 인문학자입니다.학교와 광장을 구분하지 않고 학생들과 시민들을 만나오고 있습니다. 머리와 몸이 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연구자이자 활동가로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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