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책을낳고 ⑤> 필립 로스를 나만큼 좋아들 하실까?
2023/10/22
내가 얼룩소 프로필에 좋아하는 작가, 다른 분들도 읽으면 후회하지 않을 거라고 확신하는 작가 이름들을 죽 열거하면서 필립 로스를 빼 놓은 걸 뒤늦게 알았습니다. 나의 최애 작가 리스트도 사실 로스가 자신의 작품과 서평에서 많은 이름을 언급한 덕분에 풍성해졌는데 그를 빼놓다니, 어처구니가 없군요. 그런 생각을 하며 로스의 글쓰기에 대해 쓴 짧은 글 한 편과, 그가 남긴 한 문장-“노년은 전투가 아니다. 노년은 대학살이다”가 영감이 되어 수 년 전에 쓴 내 글 한 편 올립니다. # 글쓰기에 자신이 있었던 젊은 필립 로스는 자기가 쓰는 모든 글에 독자들이 환호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별 반응을 얻지 못하자 조금 의기소침해졌다. 그 무렵 새로 사귀게 된 여자의 관심을 끌려고 자랄 때 보고 들었던 동네와 동네 사람들 이야기를 해준다. 여자가 너무 재미있어하자 로스는 “아, 글은 내가 아는 이야기, 내가 겪은 이야기를 써야 하는 거로구나”라고 깨닫는다. 이후 로스는 거의 모든 작품에 자기가 보고 느꼈던 유대인 이야기를 넣는다.
아들을 미국 백인 주류사회에 편안히 편입시키기 위해 로스의 부모는 뉴욕의 유대인 사회에서 살면서도 유대 관습과 전통을 아들에게 강요하지 않았다. 로스는 그런 영향 때문에 아주 초기의 글에는 유대인 이야기를 쓰지 않다가 그날 데이트를 계기로 유대인이 주인공이거나 유대인에 얽힌 이야기를 집중해 쓰기 시작했다. 여러 번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르기만 하다가 2018년 세상을 떠난 그가 나에게 “네가 아는 이야기를 잘 다듬어봐라”라고 한 지도 오래건만 나는 손도 못 대고 아직까지 남의 이야기만 열심히 듣고 있다.
(로스가 유대인 이야기를 쓰기로 했다는 고백은 아마 자전적 소설 『사실들-한 소설가의 자서전』에서 읽은 것 같은데, 책이 바로 옆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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