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준
김민준 · 글 쓰고 읽고 생각하는 20대
2022/05/03
이 글은 서툰댄서님의 답글을 읽고 생각이 나서 쓰게 되었습니다.

저는 '결정장애'라는 단어를 쓰지 않습니다. '어느 하나를 확실히 고르지 못하는 행위'를 굳이 '장애'라는 표현을 이용해서 설명을 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서툰댄서님의 말씀처럼 '이 정도 단어는 써도 된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가 있죠. 그렇다면 어떤 단어를 쓰지 않고 어떤 단어를 쓸지 우리는 무슨 기준에 따라 결정해야 할까요?

'병신'이라는 단어를 예로 들어봅시다. 일상에서 너무 쉽게 사용하는 욕설이죠. 이 단어는 본래 생길 때부터 장애인을 일컫는 말이었기 때문에 이 단어가 장애인을 비하하는 표현이 될 가능성은 매우 높습니다. 그런데 이 단어가 장애인 비하라면서 쓰지 말자는 얘기가 본격적으로 나온 것은 2016년입니다. 예, 2016년은 병신년(丙申年)이었습니다. 그저 육십간지의 서른 세 번째 해일 뿐이었죠.

그런데 그 해에는 참 이상한, 어쩌면 예상 가능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박근혜 병신년'이라는 표현이 여기저기서 쓰인 것입니다. 집권여당이 잘못된 일을 할 때마다 박근혜는 '병신'이 되었으며, 일부 만화가들이나 만평가들은 이에 질세라 박근혜와 병신년을 연관짓는 캐리커처를 그리기도 했습니다.

그때 제 주변에서는 '병신년 소재 농담 NO' 해시태그 운동이 일어났습니다. '병신'은 장애인을 비하하는 말이며, '년'은 여성을 비하하는 표현이기 때문에 이것을 농담으로 사용하지 말자는 것. 당시 저도 참여했어요. 분명 문제가 있어 보였기 때문이죠. 하지만 꽤 많은 이들이 '병신이란 말을 쓰지 말자'는 해시태그 운동에 반발했습니다.

'병신'이라는 단어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



2018년, 서울대학교의 장애인권동아리 '턴투에이블'의 여섯 번째 문집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턴투에이블은 서울대가 아직도 물리적, 제도적으로 베리어프리하지 못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해 장애 여부와 무관하게 함께 고민하고 행동하고자 만들어진 동아리입니다. 해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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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차 오마이뉴스 시민기자고, 다양한 이슈에 대한 글을 씁니다. 청년정책 및 거버넌스 관련해서 활동하는 활동가이기도 하고요, 정당에도 몸담고 있는 중이에요. instagram @minjun76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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