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식의 혐오를 들여다본다

박순우(박현안)
박순우(박현안) · 쓰는 사람
2022/05/02
'결정장애'라는 말이 있다. 이것 저것 가운데 어느 것 하나를 정확히 고르지 못하는 사람들이 자주 쓰는 말이다. 부끄럽지만 나도 예전에 자주 사용했다. 하지만 지금은 쓰지 않으려 노력한다. 혐오 발언이기 때문이다. '장애'라는 단어를 우리는 이처럼 아무 거리낌없이 사용한다. 무의식 중에.

<선량한 차별주의자>에서 저자는 장애인인권운동을 하는 활동가에게 전화를 걸어 이에 대해 묻는다.

그는 우리가 일상에서 얼마나 습관적으로 장애라는 말을 비하의 의미로 사용하고 있는지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무언가에 '장애'를 붙이는 건 '부족함' '열등함'을 의미하고, 그런 관념 속에서 '장애인'은 늘 부족하고 열등한 존재로 여겨진다. p6

의식적인 차별만 차별이 아니다. 더 무서운 건 어쩌면 무의식의 차별인지도 모른다. 우리가 습관처럼 사용하는 말에는 이미 혐오가 담겨 있다. 이를 모르고 사용하는 건 죄가 아닐까, 혐오가 아닐까. 의식을 해서 혐오하지 않았다면 그건 혐오가 아닐까. 무의식의 혐오도 혐오다. 어쩌면 의식의 혐오보다 더 무서운 혐오가 바로 무의식의 혐오다.

일례로 난민 문제를 들여다 보자. 2018년 제주도에 500여명의 예멘 난민이 내전을 피해 입국했다. 난민을 수용하는 문제로 한동안 여론이 떠들썩했다. 사람들이 예멘 난민 수용을 반대한 주요 이유 중 하나는 "여성에 대한 성범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었다. 이는 이슬람 종교를 믿는 남성 전체를 잠재적 가해자로 보는 것이다. 명백한 성차별이자 종교 차별이지만 이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그게 자신의 입장이고 의견이라고 말한다. 

경북대 주변에는 무슬림 유학생과 그 가족들이 산다. 무슬림 공동체를 이룬 사람들이 사원을 짓고자 했다. 그러자 사람들은 '사람을 죽이는 무슬림 테러리스트'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반대를 하기 시작했다. 모든 무슬림을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바라보는 것이다. 역시 혐오에 해당하지만, 사람들은 이를 혐오라 생각하지 않는다. 다른 인종, 다른 문화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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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씁니다. 『아직도 글쓰기를 망설이는 당신에게』를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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