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붉은 수수밭>, 감자탕 뼈 바르듯 제대로 뜯어보자!

김진희
김진희 · 우린 숲이 되는 중인 거 같아.
2022/12/26

장이머우(張藝謀 | Zhang Yimou) 감독의 첫 데뷔작인 영화 <붉은 수수밭>은 1988년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으며 세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는 중국 ‘5세대 영화감독’의 대표적인 인물 중 하나로 문화대혁명으로 인해 휴교령에 들어갔던 북경영화학교가 다시 문을 연 후 졸업한 감독입니다.

문화대혁명 이전의 중국 영화는 단지 이데올로기의 선전을 위한 도구였어요. 하지만 5세대 영화는 5세대 영화감독이 문화대혁명 동안 겪었던 경험을 토대로 중국의 현실이 어떠한지 새롭게 바라봅니다.

5세대의 예술

다이진화(戴錦華)의 『무중풍경(霧中風景)』에서는 5세대의 예술에서 문화대혁명을 ‘편재하는 부재’라고 표현했습니다. 문화대혁명은 끝났지만, 여전히 몸에 새겨진 하나의 낙인이라는 겁니다.

5세대를 이야기하기 전 문화대혁명을 잠깐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문화대혁명은 1966년부터 1976년까지 10년간 일어난 극좌 사회주의 운동입니다. 마오쩌둥에 의해 주도된 이 운동은 기존 세대를 혁파하는 걸 목표로 삼았습니다. 저는 앞으로 이를 ‘부친 살해’라고 표현하겠습니다. (기존 세대가 그들의 아버지 세대이기 때문에 '부친'이라는 용어를 사용했습니다.) 여기에 마오쩌둥을 떠받드는 상징적인 존재도 등장했습니다. 이들은 마오쩌둥의 공산주의 교육을 받아온 고등학생과 대학생을 중심으로 조직되었는데, 붉은 완장을 차고 다녀 '홍위병'이라 불렸습니다. 홍위병 운동 역시 옛 사상과 문화를 파괴해야 할 낡은 관습으로 여겨 이를 엎고 새로운 질서를 세우고자 했습니다.
ⓒallthatsinteresting

아들 세대인 5세대는 상상계*에서 성장하여 상징계*로 진입해야 하는 상황에서 혼란을 겪습니다. 상징계로 가기 위해선 부모의 존재가 아주 중요합니다. 제일 먼저 부모에게 '언어'를 배우기 때문인데요. 5세대는 문화대혁명으로 인해 아버지를 잃었습니다. 듣기만 해도 무시무시한 '부친 살해'라는 이름으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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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사회 #콘텐츠 밥 먹으면서 무엇을 볼지 고민하고, 플랫폼에서 새로운 콘텐츠가 나오면 빨리 보고 싶어 안절부절 흥분하는 문화덕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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