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파란 눈사람

프락시스 · 무언가를 쓰는 사람입니다.
2024/05/20
칼바람이 주위의 모든 소리를 집어삼키며 웅웅 불었다. 세한은 멍한 눈으로, 내리던 눈이 그친 창문 밖 풍경을 지켜보았다.

창문 밑, 작은 책상 위에는 아직도 완성하지 못한 소설의 원고가 덩그라니 놓여 있었다. 세한은 그 원고를 보자마자 머리를 쥐어뜯었다.

울고 싶었다. 글쓰는 것을 집어치우고 싶었다. 일주일 동안 머리를 쥐어짜냈음에도, 단어 하나조차 떠오르지 않았다.

소설의 완성이 이렇게 어려운 적은, 10년간 글을 쓰면서 처음이었다.

“…후…후욱, 후욱…”

너무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숨까지 가빠져 왔다. 이대로 집에 박혀 있다간 미칠 것 같았기에, 세한은 비틀거리는 몸을 이끌고 방문을 벌컥 열었다.

- - -

“…?!”

집 밖에는 세한이 이틀 전 만들었던 눈사람이 있었다. 그런데, 그 눈사람은 파란색으로 변해 있었다.

“이게 무슨…”

순간 헛것을 봤다고 생각한 세한은 뺨을 두 손으로 짝하고 때렸다. 몸을 꼬집어도 봤지만, 눈사람이 파란색으로 변한 것은 현실이었다.

자세히 보니, 눈사람은 파란색 페인트를 뒤집어쓴 상태였다. 눈사람 밑으로 파란 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것을 보고 알아차린 사실이었다.

‘대체 누굴까? 요런 못된 장난을 친 녀석이.’

어이가 없으면서도 화가 났다. 세한은 눈을 가늘게 떴다.

자세히 눈사람의 주위를 살펴보니, 눈사람 주위엔 작은 발자국이 나 있었다. 크기로 미루어 짐작해봤을 때, 꼬마 아이가 남긴 것으로 추정되었다.

‘마침 할 일도 없는데, 이 발자국이나 따라가 볼까..?’

소설을 쓰지 않으니 남는 게 시간이었다. 발자국을 따라가기로 결심한 세한은 천천히 꼬마아이가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흔적을 따라 걸었다.

- - -

작은 발자국은, 세한이 살던 동네를 지나 판잣집이 가득한 동네로 이어졌다. 빈민가 특유의 구릿한 냄새가 코를 찔러왔다. 세한은 코를 틀어막으며, 잠시 고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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