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쉴 구멍이 생긴 크리스티안 치메르만 피아노 리사이틀

이강원
이강원 인증된 계정 · 감상평 말고 강상문 때론 기록장
2024/01/11
크리스티안 치메르만의 리사이틀은 조금 깐깐한 구석이 있다. 연주에 방해가 되는 요소들을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특별히 휴대전화로 촬영을 하거나 녹음을 하는 것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설령 촬영을 하지 않았더라도 객석에서 휴대전화 불빛이 보이면 공연 중단을 언급하기도 하면서 말이다.

오직 음악에만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 완벽한 음악을 위해 관객마저 통제하려는 그의 마음을 모르지 않기 때문에 객석에서는 작은 소음조차 내지 않도록 신경을 곤두세우게 된다. 그러다 보니 도리어 긴장감 때문에 음악에 집중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그럼에도 ‘연주가 좋으니까. 몇 가지 수고로움에 완벽한 연주로 답례를 해줄 수 있는 연주자니까‘ 그를 계속 찾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크리스티안 치메르만 공연 포스터(사진=마스트미디어)

한데 2023/2024 시즌 한국 투어에서는 ‘완벽함’에 균열이 가해졌다.
일종의 ‘아이스브레이킹’과 같은 순간을 마주하게 되었는데, 쇼팽의 4개의 녹턴이 연주될 때 그러했다.

'녹턴 2번, 5번, 16번, 18번'을 연주하면서 각 곡을 악장처럼 취급하였고, 별도의 박수를 받지 않았다. 이때 치메르만은 감기 기운이 있는지 공연장에 들어설 때나 녹턴 2번이 끝나고 기침을 하면서, 자신의 컨디션이 썩 좋지 않음을 관객들에게 표현하고 있었다.

특히 녹턴과 녹턴 사이 악보를 넘기는 그 짧은 시간에 객석에서 기침 소리가 들리자, 치메르만은 ‘괜찮아요. 이해해요. 기침이 나오면 해야죠. 얼른 하세요.’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이 순간 완벽함을 바라보며 마냥 얼어 있어야 할 것 같았던 객석 분위기가 깨어지면서 완벽함에 균열이 생겨났다.

마냥 깐깐하기만 했던 연주자가 저렇게 유해질 수 있나 싶기도 했지만, 음악을 바라보는 관에 있어서 숨 쉴 구멍을 만들어 줬다는 게 나는 너무 좋았다.

사실 연주력에 관한 부분에 있어서도 완벽함은 깨어진 형태였다. 저조한 컨디션과 전성기가 지나버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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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음악 #오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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