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
진영 · 해발 700미터에 삽니다
2023/12/06
내 이름  '진영'은 아버지께서 지어주신 이름이다  내가 태어나자 아버지께서  3일동안 옥편을 뒤져 지어주셨다고 했다. 그래서 '영'도 흔한 꽃부리 영이 아니고 옥광할 영이다.
근데 내가 이 이름을 극혐하게 된 건  유치원에 들어가면서 부터였다.
유치원에 가니  나랑 똑같은 이름을 가진 남자애가 떡하니 있는게 아닌가. 황진영.
왜 하필이면 이름이 똑같은거야.
남자애랑 이름이 같다는게 너무나 싫었다. 집에 가서 이름 바꿔달라고 울고불고 난리를 쳤다.  그 애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때 정말 심각했다.
남자같은 내 이름이 너무 싫었고  그 애도 밉고  유치원에 가기도 싫었다.
아마 어릴 적 나는 꽤나 까칠했었나 보다.
그렇지만 모두 내 호소를 웃어넘겼고 귓등으로도 듣질 않았다.
그렇게 우울한 유치원 생활을 마치고 학교에 들어가서도 이름을 바꿔달라는 내 요구는 계속되었다. 한번 싫어진 마음은 좀체 회복되질 않았던 것 같다.
계속되는 내 요구에 마침내 엄마는, 그럼 어떤 이름으로 바꾸면 좋겠니. 하고 물으셨다.
옳지, 이때다 싶어 그동안 생각해 뒀던 한 가지 이름을 제시했다 . 난영. 이난영으로 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자 엄마와 이모는 동시에 깔깔 웃으며  난영이 뭐야 촌시럽게. 진영이 백번 천번 낫다 하고 나를 놀려댔다.
그런가? 정말?  그때부터 나는 슬며시 내 이름이 괜찮게 여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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