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윤슬
윤슬 · 당신을 그리워하며 씁니다.
2023/03/18
어릴 때도 난 일기를 자주 썼다. 
중학교 때 같은 학원 다니는 남자애를 짝사랑해서 그 심경을 구구절절 일기장에 적어 놓았다. 
문제는 엄마와 언니가 내 일기장을 몰래 훔쳐본다는 점이었다. 
내가 누굴 짝사랑하는지 식구들이 다 있는대서 말했고 나는 완전 열이 받았다. 
그때만큼 독립하고 싶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내가 고안해 낸 방법은 암호를 만드는 것이다. 
한창 셜록 홈스나 애거사 크리스티의 추리소설에 빠져서 크면 탐정이 되겠다던 시절이었다. 
암호를 만들고 그 암호로 일기를 썼다. 
가령 사탕을 먹었다는 그 아이를 바라봤다 뭐 이런 식이였다. 
가끔 그때 쓴 일기를 읽는데 암호해독지를 잃어버려서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 
이게 암호로 쓴 일기인지는 알겠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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