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묘, 오래된 책임 (스포있습니다)
2024/02/29
우리에게는 아주 오래된 망령이 있다.
-스포일러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분들은 읽지 말아 주십시오.- 우리에게는 아주 오래된 망령이 있다. 제대로 극복하지 못하고 한 곳에 오래 머물러 그 상흔이 인이 되어버린 것. 일제라는 망령이다.
영화에 대해서만 간결하게 말하자면 <파묘>는 과거에 영상화됐던 <퇴마록>, 그러니까 내가 기대했던 <퇴마록>의 이상향 같은 영화였다. 미스터리가 있고 매력적인 캐릭터가 움직이며 이질적인 존재와 현상을 스크린 위의 현실로 어색하지 않게 구현하는.
장재현 감독의 <사바하>가 이뤄낸 영화적 성취와 영상적 완성도, 그리고 오컬트 장르로서의 세련된 구성 덕분에 <파묘>에 시네마적 아쉬움을 표하는 반응들을 꽤 많이 봤다. 하지만 이 영화는 애초에 <사바하>와는 근본적로 다른 기획과 연출의 결과다.
<파묘>는 철저하게 영화적 완성도보다는 장르적 쾌감에 몰두한다. 다분히 의도적이라고 느낄 정도로. 캐릭터 디자인과 작품의 구성은 웹소설의 문법, 그러니까 거슬러 올라가자면 <퇴마록>의 장르적 문법을 충실히 따르며 그런 측면에서 <파묘>는 <사바하>보다는 오히려 <범죄도시>와 더 가깝다. 매력적인 캐릭터들과 캐릭터가 움직이며 전개되는 이야기는 시네마적 성취보다는 시청자들을 장르적으로 몰입시키는데 집중한다. 장재현 감독이 <곡성>의 에너지를 언급했다고 하던데 굳이 말하자면 <곡성>의 에너지를(그러나 안타깝게도 <파묘>에는 곡성류의 오컬트적 에너지가 굉장히 미약하다) 장르물의 문법에 충실하게 구겨 넣은 것에 가깝다.
하지만 충실한 장르물이라는 것은 언제나 그것에 따라오는 충실한 즐거움을 주기 마련이다. 오컬트적 쾌감은 전작들에 비해 현격히 떨어지지만(그래서 엄청난 겁쟁이인 나도 큰 두려움 없이 완주할 수 있었을 정도로) 잘 빠진 캐릭터들이 미스터리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의기투합하는 이야기는, 그리고 무엇보다 그것을 짜치지 않는 비주얼로 담아내는 영상과...
-스포일러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분들은 읽지 말아 주십시오.-
영화에 대해서만 간결하게 말하자면 <파묘>는 과거에 영상화됐던 <퇴마록>, 그러니까 내가 기대했던 <퇴마록>의 이상향 같은 영화였다. 미스터리가 있고 매력적인 캐릭터가 움직이며 이질적인 존재와 현상을 스크린 위의 현실로 어색하지 않게 구현하는.
장재현 감독의 <사바하>가 이뤄낸 영화적 성취와 영상적 완성도, 그리고 오컬트 장르로서의 세련된 구성 덕분에 <파묘>에 시네마적 아쉬움을 표하는 반응들을 꽤 많이 봤다. 하지만 이 영화는 애초에 <사바하>와는 근본적로 다른 기획과 연출의 결과다.
<파묘>는 철저하게 영화적 완성도보다는 장르적 쾌감에 몰두한다. 다분히 의도적이라고 느낄 정도로. 캐릭터 디자인과 작품의 구성은 웹소설의 문법, 그러니까 거슬러 올라가자면 <퇴마록>의 장르적 문법을 충실히 따르며 그런 측면에서 <파묘>는 <사바하>보다는 오히려 <범죄도시>와 더 가깝다. 매력적인 캐릭터들과 캐릭터가 움직이며 전개되는 이야기는 시네마적 성취보다는 시청자들을 장르적으로 몰입시키는데 집중한다. 장재현 감독이 <곡성>의 에너지를 언급했다고 하던데 굳이 말하자면 <곡성>의 에너지를(그러나 안타깝게도 <파묘>에는 곡성류의 오컬트적 에너지가 굉장히 미약하다) 장르물의 문법에 충실하게 구겨 넣은 것에 가깝다.
하지만 충실한 장르물이라는 것은 언제나 그것에 따라오는 충실한 즐거움을 주기 마련이다. 오컬트적 쾌감은 전작들에 비해 현격히 떨어지지만(그래서 엄청난 겁쟁이인 나도 큰 두려움 없이 완주할 수 있었을 정도로) 잘 빠진 캐릭터들이 미스터리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의기투합하는 이야기는, 그리고 무엇보다 그것을 짜치지 않는 비주얼로 담아내는 영상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