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청실홍실 (12)
하이텔에 있던 장애인 봉사동아리였던 ‘나눔회’가 90년대 후반들어 해체되고 이후 기독교인인 회원,운영진 몇몇이 중심이 되어 만든 별도의 선교단체가 ‘나늠선교회’였다. 얼마지나지 않아 사무실까지 냈다는 이야기까지 들었는데, 예나 지금이나 그런 작은 민간단체가 사무실을 내는게 그리 쉬운일은 아니다. 헌데 사무실까지 냈다니 제법이란 생각도 들고 또 이래저래 궁금하기도 해서 광일이 하루는 직접 사무실을 찾았다. 그게 광일이 어느덧 대학교 4학년이 되는 99년 1월의 일이다.
“ 누구세요 ? ”
사무실에는 공민숙이라는 사무간사가 있었다. 민숙은 광일보다 세 살 연상인 70년생이었는데, 원래 하이텔 동호회에서 활동한 사람은 아니었고 다만 그 동호회 운영진을 하던 목사님이 이 ‘나눔선교회’를 만드는일을 주도하게 되었는데 그래서 그분이 시무하는 교회 청년부 자매 한명을 설득해서 자신이 만든 선교회 사무실 일을 봐달라고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그래서 나눔선교회 사무간사로 일하게 된 공민숙. 최광일이 정중하게 자신을 소개했다.
“ 아, 하이텔 동호회 분이시구나. 어서 들어오세요. ”
민숙은 하이텔 동호회에서 활동한바는 없고 또 그 부분에 대해서도 별로 잘 아는바가 없는 듯 했으나 ‘나눔선교회’의 전신격인 ‘나눔회’에 대해선 목사님으로부터 들어 대충은 알고 있는지 민숙도 궁금해하며 이것저것을 물어보았다. 그녀의 말로는 하이텔 동호회 시절 회원들중 동호회가 해체된 것을 아쉬워하며 광일처럼 가끔 사무실을 찾는 이들이 있다고 했다.
“ 헌데 실례지만 고향은 어디세요 ? ”
그렇게 나눔선교회 사무실을 가끔 시간날 때 한두번 들르곤 한지 한 두어달쯤 지난 어느날. 민숙이 문득 광일에게 그와같이 물어왔다. 난데없이 고향을 왜 묻나. 좀 뜬금없어 보이지만 그래도 한 몇 달간 친분이 생겼다면 생겼다고 할수도 있는 사이니 그 정도의 궁금함은 물어볼수도 있는 사이가 되어있긴 했을 것이다. 광일은 아버지,할아버지가 다 서울에서 나고자란 순수 서울토박이임을 별다른 부담감 없이 대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