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의 식별자
문신한 아재의 타투에 대한 단상

마흔이 넘어 왼쪽 어깨 한 가득 타투를 채웠습니다. 사랑하는 아내의 이름과 그 표징으로 가득 채운 타투는 묘한 부적이 되었습니다. 6시간 꼬박 걸려 생살을 찔러 만든 타투는, 아마 전쟁 같은 세상에서 살아남을 용기를 주는 식별자가 된 것 같습니다. 물론 시술 시 아픔을 참아낸 시간도 소중한 인내로 기억됩니다. 그래서, 오늘 '타투 공약'에 '문신에 대한 짧은 생각들'을 해 봅니다.

1.
문신(文身), 타투(Tattoo)란, 입묵(入墨), 또는 자문(刺文)이라고 부르는 '유사의료행위'로 분류.

2.
살갗을 바늘로 찔러 피부와 피하조직에 상처를 낸 뒤 먹물이나 물감을 흘려 넣어 피부에 그림이나 무늬, 글씨를 새기는 행위를 말하는데, 염색의 일종인 헤나 등과는 다르게 한 번하면 지우기 어려움(지울 때가 더 아프다고 함.)
용기도 필요한 타투. 물론 아픔은 덤

3.
원시시대의 고대는 문신은 신분의 징표로 사용. 주술의 의미와 계급을 상징. 남태평양 마오리족 등에서는 그 고대의 관습이 남아 있음.

4.
동아시아에서는 한족이 유교문화의 국가를 정비하면서, 문신은 '야만인의 것'으로 치부되기 시작. 하지만 징표나 상징적 의미로 간혹 문신을 하기도 한 듯. (악비의 진충보국(盡忠報國)이란 문신 등)

5.
한국에서는 삼국시대까지는 문화행위로 성행하였으나, 고려ㆍ조선 시대로 접어들면서 유교와 중화사상의 영향으로 금기시되어 경국대전에 그 규율을 남길 정도가 되었다고.

6.
그럼에도 불구 민간에서는 여전히 '성행'. 어우동은 자신과 동침한 남자들의 이름을 몸에 남겼다고 전해 짐. 전쟁에 나가기 전 몸에 제 이름 등의 인적사항을 새기는 부병자자(赴兵刺字)라는 풍습도 있었음.

7.
한국, 일본, 중국에서는 문화적인 공명도 있으나, 문신이 주로 '범죄'를 상징하는 것으로 인식되어, 매우 부정적인 인식이 20세기까지 지속. (한때 목욕탕ㆍ수영장 입장 거부, 군대ㆍ경찰 임용 거부)
https://youtu.be/vP-mvdaWv0I
8.
과거 나치 독일 슈츠슈타펠(SS) 소속 군인들은 자신의 혈액형을 문신(Blutgruppentätowierung)을 왼팔 안쪽, 겨드랑이 부근에 새김. 구소련 군인들도 긴 옷의 군복에 수를 넣거나, 아프가니스탄 파병 등에는 문신으로 혈액형 표기. 그에 대한 영감으로 빅또르 최는 Группа крови (혈액형)이라는 반전 노래를 발매.(윤도현밴드 YB가 번안 발표하기도)
https://youtu.be/y6lbssz7Xz4
9.
본래 용도는 물론 부상을 입었을 때 신속히 혈액형을 파악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인데, 2차 대전 후에는 SS 소속이었던 군인들을 가려내 잡아들이기 위한 용도로 사용되었다고.

10.
몸에 장애나 흉터를 가리기 위해 문신을 새기기도. 걸그룹 씨스타의 효린은 어린 시절 했던 큰 수술 때문에 배에 생긴 흉터를 가리기 위해 문신을 했고, 래퍼 에미넴 역시 자신의 자해 상처에 문신을 남겼다고. 최근 장애를 커버링 해주는 타투이스트의 사회공헌도 화제.
사고로 절단된 손가락 커버 타투

11.
건강에 좋은 행위는 아니라고. 문신이란 피부에 일종의 독성 물질을 심는 것이라 체온조절 능력이 떨어져서 체력 회복이 더디게 되는 등 악영향을 줄 수 있음. 몸이 재산인 운동선수라면 악영향이 일반인보다 크다고. (축구선수 호나우두는 문신 반대주의자)

12.
독일 스포츠연구팀에 따르면, 축구선수, 문신하면 기량 3~5% 떨어진다고. 그런데도 오히려 운동선수들이 일반인보다 문신을 하는 비율이 높음을 생각하면 아이러니.
타투 반대론자와 타투 왕

13.
2017년 설문조사 결과에 전신 문신은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이 72% 정도이지만, 몸 일부에만 새겨진 문신에 대해서는 중립적이거나 긍정적으로 평가한 사람이 약 71%로 상당한 인식 개선이 이루어짐.

14.
한국에서 문신을 했다고 방송에 출연할 수 없는 것은 아니나, 2014년 방송심의기준에 따르면 문신의 직접적인 노출은 불허. (지상파에서 문신 노출은 여전히 절대 금지)

15.
문신을 시술받은 사람은 경찰공무원임용령 시행규칙 제34조 제7항 별표 5항에 의거하여 경찰공무원 시험에서 불이익을 받음. 2004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이를 불합리한 차별로 보고 시정권고를 하였지만 경찰청 측에서는 이런저런 여러 이유로 거부.

16.
군 입대에서도 신체에 일정 비율 이상 문신이 있으면 병역이 면제. 그 기준을 넘지 않더라도 일단 문신이 있으면 장교나 부사관 같은 간부 임용시험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가 있음.(단, 면제를 목적으로 문신을 했다고 판명되면 병역법 위반)
문신의 양대 산맥

17.
1992년 눈썹 미용 문신이 의료행위로 판정된 이후, (대법원 1992. 5. 22. 선고 91도 3219 판결) 의료법에 의해 유사의료행위로 분류되기 때문에 의사 이외에는 시술 자체가 불법.

18.
2015년 4월 국회에서 문신 합법을 위한 문신사법(김춘진 의원 등이 발의) 공청회를 개최하여 의결할 것으로 예정되었으나 19대에서는 통과되지 않았음. (2020년 10월 28일 박주민이 문신사법 제정안을 발의했지만 계류 후 자동 폐기)

19.
2022.1.12 더불어 민주당 대통령 선거 이재명 후보가 '소확행'공약으로 탈모 이후 틈새 공략했고, 지지율 지지부진 정의당은 자당의 류호정 의원의 기발의안에 숟가락 얹는 것이라며 이슈 생산.

20.
그런데, 류호정 의원이나 이재명 후보의 타투 합법화의 근거인 300만 명, 1조 2천억에는 착시가 있음. 위에서 말한 '타투이스트-문화적 시행'의 타투 시장 규모는 약 2천억 원. 여기에 눈썹 문신 등의 반영구 시술을 포함하면 1조 2천억 원대로 상당한 규모를 형성하. 타투 시장의 주류는 아저씨와 아줌마들 대상의 '미용목적의 유사의료행위'
이벤트 같은 정치

속셈이 보이는 이벤트가 공약이 되어서야

개인적으로 공약으로서의 평가는 부정적입니다. 보통 공약이 정책까지 이르려면 시급성ㆍ중대성ㆍ실효성의 판단을 받아야 합니다. 특히 대선의 공약은 지방선거나 지역 선거와 달리 '미시의 함정'에 빠지면 안 됩니다. 직능과 이해, 압력 단체들의 입법ㆍ정책 요구도 면밀하게 검토해야 하고, 틈새의 공약이 '생활 밀착'이라는 네이밍에 현혹해서 앞서 말한 시급하고, 중대하며, 편익 효율이 국민 다수의 동의를 구할 수 있는지 보아야 합니다.

이미 사문화된 법제라 형법 책임 소재에서의 구제 시급성은 없습니다. 보건과 복지, 그리고 평등의 영역에서 중대하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경제적인 파급과 편익의 효능은 어떨까요? 제시한 1조 2천 억 시장은 '눈썹, 탈모, 미용'목적의 시술적 시장이 1조 원으로 8할이 넘게 차지하고 있습니다. 류호정 의원의 퍼포먼스 입법도 '시술적 의미'가 있는 이 영역을 대변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특히 대선 주자로서의 '공약'이라면, 저는 낙제점을 주고 싶습니다. 더 우려되는 것은 '탈모 공약'도 이런 '시선 집중'식의 이벤트 정치에서 시작한 "얕은 수"라고 유추되는 점입니다. 캠프 기획자의 얄팍한 속셈만 드러난 일이 될지도 모릅니다.
검토가 필요해

문신, 낙인, 그리고 브랜드

과거 역사에서는 형벌로서 문신을 사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습니다. 중국에서도 문신을 죄인과 노예에게 새기는 낙인으로 사용했습니다. 노예에게는 문신이 주인이 존재한다는 증표로 통한 것이지요. 중죄인에게는 묵형(墨刑), 자자형(刺字形)이라 하여 죄상ㆍ죄목을 얼굴 혹은 팔 등에 새김으로써 '주홍글씨' 효과를 주었습니다. 범죄경력과 위험인물임을 주위에 경고하고, 수치심을 주려는 형벌로 사용했습니다.

우리나라 역사에서는 이런 형벌을 가하는 것을 '경을 친다.'라고 표현합니다. ‘경(黥)’은 봉건시대 범죄자에게 가하던 형벌의 한 가지로서, 죄인의 이마나 팔뚝 따위에 죄명을 먹줄로 써넣은 것을 말합니다. ‘치다’는 ‘치르거나 겪다’라는 뜻입니다( ‘시험을 치다’, ‘큰일을 치다’). 현대의 '실명 공개'와 '전자 발찌'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보통은 경만 치지 않고 귀양 등 다른 형벌과 병행했다고 합니다. ‘경(黥)을 칠 놈’이라는 욕이 바로 여기에서 나온 것이라고 하지요.
경을 치는 중

낙인(烙印)은 '추노'가 연상되듯 stigma라는 부정적인 의미로 많이 통용됩니다. 하지만, 반대로 그 낙인이 긍정적인 평가를 쌓아 가면, 바로 명성, brand가 됩니다. 대초원의 시대에 유목인과 미 서부 개척자들은 자신들의 목양 가축에 낙인을 찍어 소유주를 표시하기 시작하였고, 고기와 가죽이 유통되면서 명성을 쌓아 "브랜드"를 구축한 것이지요. 낙인이 누군가에겐 경을 치르는 주홍글씨가 되지만, 다른 이에게는 돈과 명성을 주는 보증수표가 되기도 합니다.

타투, 문신도 누군가에게는 혐오 거리가 되지만, 어떤 이에게는 생명을 담보해 주는 생존의 마지막 희망이 되는 것처럼, 모두 다 하기 나름이겠지요. 결국 인생이라는 게 나름 나름을 어떻게 만들어 가는가에 달린 것 아닐까요? 정치인이나, 기업가나, 우리 일상인들이나.
낙인이 브랜드가 되느냐, 주홍글씨가 되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