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1/07
2023/01/07
최근 동거녀와 택시 기사를 살해하고 시체를 유기한 사건이 발생하고, 경찰이 이에 대하여 신상 공개를 결정하면서 피의자 신상 공개에 대한 논란이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혹자는 현행 신상 공개가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하며 더 명확하게 공개해야 된다고 주장합니다. 실제로 국회에서도 30일 이내 최근 모습으로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하도록 하는 법률을 제정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정말로 필요한 것인지, 어떤 부작용을 가진 일인지는 분노의 감정에 찬 사람들의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 것 같아 보입니다.
피의자는 원칙적으로 '무죄'다
피의자의 신상 공개는 성범죄자 등에 행해지는 신상 공개와는 다르게 죄의 유무와 형량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이 그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특징은 필연적으로 여러 가지 문제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피의자의 신상 공개는 기본적으로 법률의 큰 원칙에 어긋난 제도입니다. 바로 무죄 추정의 원칙입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 27조 4항은 '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법의 기본 원칙으로 개인보다 강력한 공권력의 힘에 개인의 권리가 침해 받지 않도록 하는 최소한의 안전 장치로 기능합니다.
이에 대하여 공개되는 피의자의 경우 무죄 추정의 원칙이 적용될 수 없을 만큼 확실한 상황에서만 공개한다는 반론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신상 공개 제도에서는
- 범행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강력범죄사건일 것
- 피의자가 그 죄를 범하였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을 것
- 국민의 알권리 보장, 피의자의 재범방지 및 범죄예방 등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할 것
- 피의자가 청소년보호법 제2조제1호의 청소년에 해당하지 아니할 것
의 4가지 규정을 들어 신상 공개 제도의 대상을 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결국 법원에...
사회학을 전공했고, 더 공부하는 중입니다.
다양한 분야에 넓게 관심을 가지고 있고, 그것에 대해 글로 의견을 남기겠습니다.
본문에 관련하여 책 한 권이 떠오릅니다.
법학자 마사 너스바움이 《혐오와 수치심》 에서 수치심 처벌을 경계하면서 강조한 것은, 가해자에게 수치심을 주어서 처벌하는 것은 그 사회 공동체 전체가 자신들은 마치 완전무결하고 고결한 존재인 양, 범죄자는 어쩌다 우연히 섞인 불순물인 양 취급하고 싶어한다는 의미라는 것입니다. 범죄자에 대한 처벌은 '오염된 존재에 대한 혐오' 가 아니라 '잘못된 행동에 대한 분노' 에 기인해야 하며, 궁극적으로는 그 행동이 교정되었을 때 범죄자가 사회에 다시 편입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범죄자를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성찰을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범죄자 신상공개 제도는 그 범죄자를 사회로부터 고립시켜서 다른 선량한 사람들이 오염되는 것을 차단하려는 의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피의자 신상 공개가 사법 체계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다는 홍은 님의 문제의식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사람들의 불만이 형이 정해지지 않은 피의자에게로 향하는 것은 그 분노가 가장 뜨거울 때가 사건이 밝혀지고 피의자가 잡힌 바로 그 순간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언론은 그 과정에서 그걸 부추기기도 하고요. 머그샷을 찍어 두고 범죄자로 확정되는 순간 그것을 공개하는 것은 적어도 그 분노가 조금은 식은 뒤에 그걸 공개한다는 점에서 조금은 더 냉정한 판단과 보도들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의견 감사합니다!
피의자의 신상 공개는 이루어지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국민 정서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왜 피의자 신분의 신상 공개에 사람들은 열광하는 것일까요. 피의자 신분에서 인권은 무시해도 괜찮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왜 그런 것일까요.
사법부에 대한 불신 때문은 아닐까요. 범죄자로 확정된 이후 사법부의 판단에 따라 형을 선고받을 때 범죄자에게 제대로 된 벌을 주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사법부의 판단은 존중할 수 없을 정도로 엉망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사법부의 변화를 이끄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너무 강력해요. 물론 미약한 변화는 있지만 대체로 보수적이며 시대의 흐름에 부합하지 못하는 판결이 더 많기 때문에 사람들의 불만은 더욱 고조됩니다.
사람은 이기적이잖아요. 불만은 가장 약한 곳으로 표출합니다. 가정에서는 약한 아이에게로, 사업장에서는 낮은 직급의 노동자에게로, 그리고 범죄라는 카테고리에서는 적법절차로 처벌수위가 정해지지 않은 피의자에게로 분노가 향한 것은 아닐까요. 판사에게도 검사에게도 형이 확정된 범죄자에게도 더 할 수 있는 것이 없잖아요. 시민의 무력감과 분노는 법의 허점을 노려 가장 취약한 집단에게 향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추정가능한 범죄사실은 있지만 공식적인 범죄자는 아니지만 단순히 평범한 시민이라고 볼 수도 없는 범죄인의 뉘앙스를 풍기는 그런 사람한테로요. 언론은 쉽게 희생양으로 삼고 검경은 수사의 속도를 위해 여론을 자극할 용도로 쓰기도 합니다. 가장 큰 피해자는 범죄자가 되지 않은 피의자와 주변인들이겠죠.
그렇기 때문에 피의자의 머그샷은 촬영되어야 하고 비공개로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피의자가 범죄자로 신분이 바뀌는 순간 범죄사실 공표와 함께 완벽하게 세상에 머그샷이 공개될 수 있도록요. 그전까지는 수갑을 찬 모습이건 뭐건 엠바고가 지켜져야 한다고 봅니다.
공식적으로 분노를 표출할 기회가 만들어지고 사법부의 혁신이 함께 이루어진다면 사람들의 분노는 갈피를 잡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네요.
댓글 감사드립니다! 피의자의 신상 공개라는 정책을 유지하려면 명확한 기준이 세워져야 한다는 생각에는 동의합니다. 하지만 본문에 언급한 여러 가지 이유로 저는 어떤 경우에라도 피의자의 신분으로 신상이 공개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감정이 악을 키운다는 생각은 늘들어왔습니다. 위사항도 늘 대립하는 문제이나 무엇보다 무조건적인 신상공개 보다는 명확한 기준이 세워져야한다고 봅니다.
경범죄에 적용하진 않는것처럼.. 신상공개라는것이 경우에 따라 이뤄지는건 옳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