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갑상선암이 결코 착하지 않았다 -_-

수다쟁이최사장
수다쟁이최사장 · 하고픈 이야기를 맘껏 해보겠습니다아!
2022/03/17
첫 얼룩소인데 개인적으로 슬픈 이야기로 시작...을 하게 되어 송구하구만유... 

자기 전에 뭐라도 쓰고 싶은데 오늘 무슨 일들이 있었나 돌아보니 음... 아무래도 이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더라구요.. ㅎㅎ

전 20대 후반에 갑상선암 진단을 받고 수술을 했어요. 2019년 초반에 수술을 했고 그 후로 지금까지 정기적으로 관찰하면서 큰 일 없이 잘 살고 있어서인지 사실 지금은 내가 암환자(였다?)라는 사실이 많이 무뎌졌어요. 그런데 오늘 무려 두 번이나.. -_- 생판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오랜 상처를 들쑤심 당했네요. 


갑상선암은 착한 암이래.

이걸 먼저 말하고 싶어요. 전 갑상선암이 착한 암이더라는 말을 나쁘게 생각하지 않아요. 갑상선암의 위험성, 암은 암이라는 말, 착한 암은 없다는 말들 잘 알고 그 의미도 잘 이해하고 있지만요. 제 성정 때문인지 전 그런 무시무시한 팩폭보다는 '별일 아니라더라' '암도 아니라더라'는 말이 더 위안이 되더라구요. 

저는 암 진단, 수술 직후 1년 반 정도는 과장된 죽음의 공포에 사로잡혀서 하루 종일 '갑상선암 치료'부터 '갑상선암 재발' '갑상선암 사망' 같은걸 검색하면서 살았는데, 그냥 내버려둬도 알아서 죽음을 떠올리며 스스로를 괴롭히는 저로서는 그런 무시무시한 팩폭은 결코 도움이 되는 말이 아니었어요. 되려, "야 그거 별거 아니래. 지금부터 건강 좀 신경쓰고 살아."라는 무심한 말이 더 위로가 되었지요.

물론 많은 환우분들이 '갑상선암은 착한 암이다'는 말에 굉장히 서러워하고 불쾌해하고 화까지 난다는 것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말은 함부로 해서는 안되는 것도 맞아요. 그래서 저도 그런 말은 하지도 않고, 혹여라도 누가 다른 사람한테 그런 말을 하는걸 보면 괜히 숨죽이고 상황을 지켜보기도 해요. 어디 가서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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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말이 많고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데, 제가 하는 일이 주로 남이 하는 말을 듣는 일인지라 점점 입이 닫히고 있었어요. 속이 상했어요. 그러던 중에 부캐 얘기를 들었어요. 이건 제 부캐입니다. 수다쟁이가 컨셉이에요. 아무 이야기나 떠들어보겠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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