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주방

윤린
윤린 · 방송작가
2023/10/23
고구마 줄기를 벗기고 앉아있다 보면 마음 한구석 패배감은 들지만 벗기는 게 이기는 거란 마음가짐으로 10월이면 투명하게 가라앉은 가을 햇살 속에 주방 바닥에 퍼질러 앉아 고구마 줄기를 벗겼습니다.

작년에도 그랬던 거 같고, 사 년 전에도 오 년 전에도요.

신께서는 제 소꿉장난을 기특하다 하시겠죠.

+무청 시래기 철 되기 전에 요즘 알탈이 철이잖아요. 줄기 반은 떼어내셔서 된장에 지져서 드셔보세요. 보들보들 연하고 맛있습니다. 무, 물론 된장이 맛있어야죠. 참고로 저는 괴산에 있는 방앗간에서 매년 시켜 먹는데, 순 조선식 된장이예요. 메주를 댁에서 치대신답니다. 저와 아무 관계없는 방앗간인데 잘해요 된장. 저도 소개받아 시켜 먹기 시작했어요. 고춧가루도 매해 여기서 공수합니다. 올해 김장 위해 고춧가루 초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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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갛게 물든 열매 너댓 개 붙은 망개 가지를 구멍난 백립 갓전에 꽂고 길을 가던 환이. 얼음 밑에서 물 흐르는 소리를 들으며 서러운 길을 가던 환이와 같은 사람들 이야기를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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