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가게의 우롱차를 좋아하세요? 15 - 놀람을 유지하고 싶은 의지 (끝)

정민경
정민경 · 잡문 쓰는 사람.
2024/02/28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12장은 하루키가 선생님으로 모셨던 듯한 가와이 하야오 라는 사람에 대한 글이다. 사실 이 책을 죽 읽어온 독자라면 이 장이 조금 생뚱맞게 느껴진다. 11장 '해외로 나간다 새로운 프런티어'장이 하루키가 소설가로 성공을 하고도 해외에서 다시 시작하는 경험을 다루고, 그렇게 끝이 나야 깔끔한 끝처럼 느껴지는데 지금껏 나오지 않았던 심리학자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아니나 다를까 마지막 후기를 보면 이 책의 구성이 하루키가 틈틈이 자신의 소설에 대해 써온 원고를 모으고, 마지막에는 하루키가 교토 대학교 강당에서 연설한 것을 껴넣은 것 때문이다. 굳이 이 원고를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책에 껴놓은 이유를 잘 모르겠다. 그래서 이 연재에는 12장 이야기를 하지 않고 마무리 지으려고 했는데, 그래도 몇 번 읽다 보니 이 장에도 정이 들어서 조금 더 이야기해볼까 한다.


가와이 하야오 교수를 찾아보면 한국에도 번역서가 몇 권이 있는데 '카를 융 인간의 이해', '일본인의 심성과 일본 문화' 등이 있고, '하루키, 하야오를 만나러 가다'라는 책도 나와있다. 가와이 하야오 교수가 살아계셨을 때 하루키와 매우 막역한 사이였던 것이 추측된다.

'수용' 모드와 '교환' 모드를 왔다 갔다 하는 사람들


이 장에서 재미있는 부분은 하루키가 가와이 하야오 씨를 관찰하면서 느낀 바를 쓴 것인데, 가와이 씨는 처음 하루키를 만났을 때는 아무 발언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말수가 적고 뭔가 음울한 느낌'이라고 표현을 하는데 눈이 게슴츠레하다고 말할 정도다. 그러고 나서 두 번째 만남에서 그는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느껴지게 행동해서 하루키가 놀랐다고 한다. 게다가 두 번째 만남이 첫 번째 만남의 바로 다음날이었는데, 완전히 다른 사람인 것처럼 어린아이의 눈빛으로 이야기를 나눴다고 한다.

그러면서 하루키는 그 변함을 이렇게 표현한다.

아마 '수용'에서 '교환'으로 모드를 전환하셨던 것이겠지요. 그다음부터 우리는 극히 평범학 자유롭게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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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업은 콘텐츠 이야기 쓰는 기자. 휴직 중 에세이를 쓰고 있다. 무언갈 읽고 있는 상태가 가장 편안하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왜 좋아하는지 잘 쓰는 사람이고 싶다. 이메일 mink@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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