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이유 없는 다정함만으로' 보고 듣고 읽고 만지고 싶은... 김연수, 《너무나 많은 여름이》

백혁현 · 오래된 활자 중독자...
2024/06/04
“밤이면 죽어가는 것들의 비명이 들렸다. 처음에는 사람들의 비명인가 싶었지만, 사람이 아닌 것들의 비명도 있었다. 거꾸로 살아 있는 우리는 말을 잃었다. 표정을 잃고 감정을 잃었다. 처음으로 공습 사이렌이 울려 방공호로 내려갔을 때부터 우리는 그랬다. 거기 방공호에는 어떤 말도, 표정도, 감정도 없었다. 그저 침묵과 무표정뿐이었다. 나는 방공호 밖에서 죽어가는 것들과 함께 우리의 말과 표정과 감정이 산산조각나 골목으로 흩어지는 광경을 상상했다. 바람의 장례식처럼.” (pp.9~10)
 - 되풀이되는 전쟁을 토대로 한 소설에서 발췌한 부분이다. 요즘 나는 우리가 알고 있는 위인들 중 일부에 대해 갸우뚱 하는 중이다. 알렉산더니 징기스칸이니 나폴레옹이니 하는 정복자들의 경우가 그렇다. 전쟁을 통한 통치 영역의 확대가 어떻게 위인의 조건이 될 수 있는지 의아하다. 이를 통해 문명의 발전이 빨라졌다는 등의 소리도 마땅찮다. 전쟁을 일으킨 모든 이들은 자신들의 전쟁만은 좋은 전쟁이고 옳은 전쟁이었다고 말한다.

 “엄마가 죽은 뒤, 그는 마치 바람 부는 빈 들판에 서 있는 허수아비라도 된 듯 그해 2월과 3월, 그리고 4월로 덧없이 넘어가는 시간의 흐름을 온몸으로 가늠하고 있었다... 그러다 마침내 지난겨울의 일들은 물론이거니와 불과 한 달 전의 비극조...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책/영화/음악/아내/고양이용이/고양이들녘/고양이들풀/Spitz/Uaral/이탈로칼비노/박상륭/줌파라히리/파스칼키냐르/제임스설터/찰스부코스키/기타등등을 사랑... 그리고 운동을 합니다.
77
팔로워 4
팔로잉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