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장점 1. 체온

조제
조제 · 예술가
2023/03/17
언제부턴가 그녀는 속쓰림을 자주 느꼈다. 심할 때는 배를 붙잡고 꼼짝도 못한 채 앉아 식은땀을 흘릴 수밖에 없을 때도 있었다. 증상이 잦아지자 그녀는 가방 안에 비상약으로 겔포스와 바나나 따위를 넣고 다녔다. 공복일 때 더 쓰렸던 것이다.

처음에는 위산을 좀 중화시켜줄까 해서 우유를 먹기도 했지만 구역질만 올라올 뿐 별 효과가 없었다. 겔포스도 먹을 때 입에서 느껴지는 그 비릿한 텁텁함이 잠시의 위안을 줄 뿐 큰 효과가 없긴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별다른 방법을 모르는 그녀는 습관적으로 겔포스를 삼키고 바나나를 씹었다.

병원에 가봐도 위궤양인 것 같다며, 내시경을 하자는 말을 할 뿐 뾰족한 방법은 알려주지 않았다. 처방해준 약도 큰 도움은 되지 않았다. 위내시경은 왠지 꺼려졌다. 눈을 뜬 채로 입 안을 통해 내장까지 관이 들어간다는 게 상상만 해도 끔직했다. 무언가 침입받는 느낌이었다.

비싸지만 수면 내시경은 좀 괜찮다던데 방학 때 아르바이트를 해서 한번 받아볼까 생각도 했지만 아르바이트 비용을 조금이라도 이런 일에 쏟기엔 아깝기도 했다. 어쨌든 여름 방학까진 아직 1달이 남았으니 그때까진 참아야 했다.

그녀는 대학생이다. 1시간 남짓 덜컹거리는 지하철을 타고 학교에 도착해 강의를 듣고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과제가 있는 날에는 과제를 하고 학관에 가서 식사를 했다. 하지만 그옆에 누군가 함께 하는 일은 없었다.

하루 종일 말 한마디 하지 않고 지나가는 날도 있었다. 그런 하루를 보내고 나면 입안부터 시작해 머릿속까지의 공간이 조용하고 투명하게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입감을 후, 하고 불면 그 투명한 공기가 눈앞에서 보이는 듯 했다.

고등학교 때와 달리 사람들과 함께 하루종일 억지로 교실에 갇혀있지도 않고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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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이자 친족성폭력 생존자입니다. 오랜 노력 끝에 평온을 찾고 그 여정 중 알게 된 것들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주로 희망과 치유에 대해서. '엄마아빠재판소', '살아있으니까 귀여워' '죽고 싶지만 살고 싶어서' '은둔형 외톨이의 방구석 표류일기'를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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