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에 가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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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밟힌 글자들이
꼿꼿한 잔디처럼 상체를 세우고
소리로 냄새로 맛으로
내 몸 깊숙이 들어와 박힌다

책방의 그 많은 책들 중에
나와 정면으로 눈맞춤한 책들이
내 손을 잡고 집에 오는 동안
나처럼 그들 역시 설레었겠지

책상 위에서 혹은 선반에서
이제나 저제나
사랑스런 두 눈으로 바라봐줄 나를
아마 저들도 기다려왔을 터다

책 속 글자들은 저들만의 재주로
깊은 속내로 숨어든 감성을 불러내고
바닥에 가라앉은 자존감을 북돋우며
내 안의 공허함을 채워주었다

좋은 사람과 함께하면 그렇듯이
좋은 책 한 권 손에 쥐면
이 무더위의 시간도 순식간이니
이유는 이미 충분하지 않은가
내가 다시 책방으로 달려가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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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작 노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