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수능 이야기: 수능날도 지나고 나면 기억속 수많은 날 중 하루임을]

김재성 작가
김재성 작가 인증된 계정 · 작가, 프레젠테이션 전문가
2023/11/16

그냥 오래 전 있었던 수능 때 이야기나 기록삼아 남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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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절대로 엄마 울게 하는 일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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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좁은 현관 앞에서 어머니를 꼭 끌어안고 주먹을 불끈 쥐고 현관을 나섰다. 부끄럽지만 아직까지도 살면서 가장 치열했던 1년으로 기억되던 수험생활을 끝으로 내 삶에서 가장 거대한 전쟁을 시작하는 날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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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자그마한 차를 함께 타고 고사장으로 나섰다.
으레 고사장 가는 길이 밀리리라는 사실을 깨닫고 일찍 나섰기에 늦을까 하는 걱정은 안했다. 다소 길이 밀리긴 했지만 제법 여유있게 고사장 앞에 들어섰다. 매년 펼쳐지는 풍경이지만 고사장과 가까워질수록 인파가 몰리기 때문에 차량으로 올라가기는 어려웠다. 언덕배기에 있는 고사장 아래에서 아버지의 차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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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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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한마디로 나를 격려해 주셨다. 이제는 그때보다 조금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지만, 여전히 술이 섞이지 않은 상태에서의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는 내 시대를 살아간 다른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짧지만 묵직한 한마디에. '잘 보고 올게요' 라고 이야기 하며 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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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한파' 라는 말은 나 이전에도 있었지만, 올해는 그렇게 춥지 않은듯 하다. 추위를 잘 안 타기 때문일까. 긴장이 추위를 느끼는 내 마음을 얼어붙게 한걸까. 입김이 나오는 걸 보면 딱히 기온이 온화한 날은 아닌 듯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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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을 올라가느라 다소 가쁜 숨을 내쉬며 올라가고 있다. 저 멀리에선가 소리가 들려온다
"둥둥둥... 쾡쾡"
가까워질 수록 커지고 또렷해 지는 소리. 고사장 정문 앞을 보니 역시나 후배들이 응원하러 나와있다. 
반쯤은 재미 삼아, 반쯤은 내년은 자신들의 차례라는 생각으로 서로에게 책임감을 대물림 하고 있겠지. 이름 모를 나같은 선배들을 위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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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보다 많이 도와 주셨던 담임 선생님과 학생 주임 선생님이 계신다. 
따뜻한 믹스 커피를 종이컵에 건네 주시며 "재성아 잘봐라"...
김재성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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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계발 컨텐츠를 만듭니다 - 서울대 컴퓨터 공학부 졸업, 맥킨지 컨설턴트로 근무 - IT 대기업 전략팀 근무 중 - 저서 * 당신을 위한 따뜻하고 냉정한 이야기 (2022) * 슈퍼업무력 ARTS (2020) * 퍼펙트 프리젠테이션 시즌2(2017)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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