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미국인들이여, 그대들의 목숨은 몇 개인가

채헌
채헌 · 짓는 사람
2024/04/20
델타 일식 여행 ④ 피넛 버터 버거와 리틀 사하라

일식 여행의 메인 이벤트인 일식 관람을 무사히 마치고 점심을 먹으러 갔다. 솔뫼가 델타의 몇 안 되는 맛집으로 꼽은 애쉬톤 버거Ashton Burger Barn. 여기서는 피넛 버터 버거를 먹어야 한다고 했다. 

피넛…… 버터…… 버거? 

어째 조화로운 듯하면서도 부조화스러웠다. 한국 음식으로 치면 참기름 삼겹살 볶음밥, 고추장아찌만 넣은 고추장 비빔밥 같은 느낌이랄까? 솔뫼는 자기도 처음에는 잉? 했는데 먹어 보니 너무 맛있었단다. 내가 맛있다고 하면 맛없는 음식일 수 있지만 솔뫼가 맛있다고 하는 건 무조건 맛있다. 하긴. 맛있는 거(피넛 버터)에 맛있는 거(햄버거)를 더했으니 맛이 없는 게 이상하겠지? 물론 예외는 언제나 있는 거지만은. 

여행 전부터 피넛 버터 버거 노래를 불렀던(거의 피넛 버터 버거 타령 수준) 솔뫼는 당연히 피넛 버터 버거를, 나는 솔뫼가 하도 맛있다고 하니 얼마나 맛있는데 그러나 싶어 피넛 버터 버거를 주문했다. 피넛 버터 버거 두 개에 어니언링, 제로 콜라. 아주 기본적이고 간단한 주문이었다. 

문제는 우리처럼 일식을 보고 점심을 먹으러 온 사람들이 몹시 많았고 가게는 이렇게 많은 손님들을 받아본 경험이 많지 않다는 것이었다. 카운터 너머로 부지런히 햄버거를 만드는 점원들이 보였지만 밀려드는 주문량을 감당하기엔 버거워보였다. 사람들은 계속해서 몰려왔고 주문 받는 점원, 번호를 부르는 점원의 외침이 끊임없이 들렸다. 다행히 창가 테이블을 차지해 앉아서 기다릴 수 있었다. 기다리다 지친 나는 테이블에 엎드려 잠이 들었다. 
짜잔, 이것이 미국의 맛! 피넛-버러-버거 :D
한잠 달게 자고 나서야 우리 몫의 버거가 나왔다. 처음 먹어보는 피넛 버터 버거이자 가장 오래 기다려 받은 버거는 예상대로 맛있었다. 기름진 햄버거에 기름진 피넛 버터를 넣다니 과연 미국다운 발상이라고 생각하며 먹었다. 육즙이 배어나오는 패티에 꾸덕한 피넛 버터는 조화로운 듯 아닌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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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간의 습작기를 보내고 2023년 첫 장편소설 『해녀들: seasters』를 냈습니다. 작고 반짝이는 것을 오래 응시하고 그에 관해 느리게 쓰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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