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3
‘터미네이터’를 미래에서 과거로 보낸 스카이넷의 정체는 인공지능이었다. SF영화에서 인공지능 AI의 활약은 낯설지 않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그 AI에게 맡겨진 역할이 대부분 안타고니스트라는 것. 인간은 왜 자신들이 만든 그 훌륭한 발명품(?)을 믿지 못하고 결국 자신들을 위협하게 될 거라 지레 의심하며 공포에 떠는 걸까?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개인적으로는 영화 <애프터 양>이나 정한아의 소설 <달의 바다> 그리고 가즈오 이시구로의 <클라라와 태양>에 등장하는 AI로봇에 나는 더 끌린다. 인간을 해치는 AI보다는 지나치게 똑똑해진 나머지 인간보다 더 인간다워져서 문제가 생긴 그 AI들 말이다.
2008년에 아일랜드 음악여행을 다룬 에세이를 냈다. 출간 책으로는 첫 책이었다. 당시만 해도 유럽의 변방 아일랜드는 우리나라에서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나라가 아니어서 그 자체만으로도 책을 내는 데 나름의 명분이 되었던 것 같다. 뭐, 이제와 그 책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니고 그때 저자로서의 경험 덕분에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게 되었다는 걸 이야기하려는 거다. 아일랜드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원고를 쓰고, 완성된 원고를 넘긴 후에는 편집자와 회의를 했고, 디자인 컨셉에 대해서는 외주 디자이너와 따로 의견을 주고받았다. 여행 에세이다 보니 사진도 많고 그 사진의 성격에 따라 책의 판형과 디자인이 결정되는 과정을 매우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는 해도 그 당시 내가 출판에 대해 알게 된 건 분명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을 거다. 하지만 그게 어딘가. 따지고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 평생 (실제로는) 빙산의 일각도 보지 못한 채 말로만 빙산의 존재를 인지하고 산다. 그게 진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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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이곳에는 출판을 위한 원고가 준비된 상황에서 바로 그 다음 단계부터의 과정을 기록해보려고 한다. 그러니까 되돌아보면 작년 12월, 크리스마스를 이틀 앞두고 원고는 90% 정도 완성된 상태였다. 나머지 10%는 12월 31일까지 ...
사람들에게 버려졌을 뿐인 유기견이 들개라 불리며 인간에게 위협적인 존재로 비춰지는 게 마음에 걸려 다큐멘터리 [개와 고양이를 위한 시간]을 만들었다. 다큐의 마지막에는 사심(?)을 담아 길 위의 생명들을 위한 음악회도 열었다. 2023년에는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반려동물 피해를 다룬 [인간의 마음]이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경쟁부문에서 상영됐다. 동물원과 수족관, 펫숍이 하루 빨리 이 세상에서 영원히 사라지기를 염원한다. 몇 편의 영화와 다큐를 쓰고 연출했고, 2024년 3월, 첫 소설 <이상한 LP가게와 별난 손님들>을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