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장을 사러 나섰었다.

세하
세하 ·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잘하는걸 해라.
2023/07/16
#간장을사러나섰었다.
#단막


아팠다 생각했고 잠시 심각했다. 
이젠 괜찮아 라고 생각할 즈음 다시 아팠다. 
생리 주기처럼 불규칙하다. 아프다. 불쾌해진다. 
공부를 하려고 앉았다. 
지난 주 토요일까지만 공부를 했군이란 기억이 남아 있다. 
그간의 공부는 일 주일간 다 잊어 먹었다. 
마음이 급했다. 
공부를 하겠다고 어떻게 앉아도, 누워도, 기대도, 몸은 공부할 수 있는 자세를 지탱하지 못했다. 
핑계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결국은 어쩌면, 이젠 아무것도 도모하지 못할 몸이 됐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덜컥 겁이 났다. 
나를 믿는 것이 허망해지기 시작했다.

급하고 무수하게 비가 쏟아졌다. 
너무 덥잖아. 지리해라고 느낄 즈음이었다.

비... 비가 오려고.
비 때문에 습기를 머금은 몸은, 수분 덩어리가 됐다.
몸은, 수분은 온 신경을 가차 없이 질벅거렸다.
비는 그쳤다. 
땅에 수분이 마를 때쯤 몸은 다시 뽀송해질지 모른다. 
겨우 비만큼 그 만큼을 앓느라 
현명하고 싶은 생각을 유지하지 못했다. 
내가 현명하지 못한 건 다 나 때문은 아니라는 
말도 안 되는 위로를 하고 있다.
 잠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안 아플지도 모른다란 희망을 가장한다. 
거짓말처럼 현관문을 밀어 재끼던 비는 그쳤다.

#간장이사고싶어졌다. #미치게.

우산을 들었다. 
가장 가까운 마트까지만 가서 꼭 간장만 살 거야라고 생각했다. 
내리막길 끝에 은행을 들렀다. 
방학이라고 용돈 동결을 외쳤지만 소소한 지출이 있는 딸아이에겐 가혹한 결정이란 걸 알고 있다. 
아들은 과외를 또 시작했고 소개에 소개를 받아 몇 건의 과외를 한다. 녀석에게 용돈은 주지 않는다. 
30만원을 출금해 내 통장에 담았다. 
딸아이 통장에 옮겨 줄 거고 아이는 안도하게 될 것이다. 
내게 용돈을 주던 아버지는 단 한번도 치사하게 굴지 않았었다. 
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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