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4.3유족입니다. "연예인과 역사적 사건"

연하일휘
연하일휘 · 하루하루 기록하기
2022/08/14
저는 4.3유족입니다. 

2019년, 4.3사건 유족증이 나오며 그제서야 제가 4.3유족인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희 증조할머니께서 4.3의 희생자이셨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전까지 부모님께도, 친척들에게서도 저희 집안에 4.3사건의 희생자가 있다는 사실을 들은 적이 없었습니다.
4.3사건희생자유족증 뒷면. 앞면은 개인정보만 적혀 있어서...^^;

대학교를 다니며, 한때 4.3사건에 대해 깊이 공부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다 아버지께 4.3사건에 대한 생각을 여쭤보니, 이런 대답을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거 다 빨갱이들이 일을 벌이고, 죽은 것도 다 빨갱이야."

저는 적잖이 놀랐습니다. 제주의 아픔을 담은 4.3사건에 대해, 아버지께서 그렇게 여기실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하였거든요. 그저, 아버지의 학창시절 4.3사건은 북한 간첩에 의해 일어난 사건으로 배우셨을 터이니, 아마 그렇게 인식이 굳어지신 것인가라고 막연히 생각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4.3희생자 유족인 것을 알고는 조금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그 누구도 4.3사건에 대해서 말을 하지 않았던 이유. 아니, 말을 하지 못했던 이유에 대해서요.



피해자들의 침묵

과거, 4.3사건은 북한 간첩에 의해 일어난 폭동으로 규정지어졌었습니다. 본래 그 시작은 3.1절 기념식에서 말을 타고 가던 경관이 어린아이를 치고 그냥 지나가자, 군중들이 돌을 던지는 등의 소란이 일어났고, 경잘들이 이를 진압하기 위해 발포를 하며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공산주의를 표방하던 '남로당'이 4.3사건에 개입을 하며, 4.3사건은 "빨갱이들의 폭동"으로 규정지어졌습니다.

당시 희생된 제주도민은 전체 인구 중 10%인 3만여명. 그 당시 살아남으신 분들은 그 누구에게도 본인이 4.3사건의 생존자라는 말씀을 하지 못하셨다고 합니다. 말을 하면 "빨갱이"가 되어버리는 현실이었기 때문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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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걸 좋아하지만 잘 쓰진 못해요. 사교성이 없어 혼자 있는 편이지만 누군가와의 대화도 좋아해요. 긍정적으로 웃으면서:) 하루하루 살아가고픈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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