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로댕 미술관에서 말러를 듣다 <최소한의 유럽 예술 여행> 2회
2023/12/25
지난 여름의 마지막 날, 가족과 함께 장장 230시간의 유럽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부다페스트에서 시작해 파리에서 마치는 여정이었고요. 집에 돌아오고 나서 돌이켜보니, '앞으로 남은 삶 동안 몇 번이나 이런 여행을 다닐 수 있을까?'하는 감상에 덧붙여 '그곳에서 만난 서양 예술사의 작고 신기한 조각들을 칼럼으로 소개할 수 있다면 좋겠다!'라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최소한의 유럽 예술 여행>이라는 제목으로 유럽 여행 속 예술 이야기를 틈틈이 전해보려고 합니다. 물론 제 분야인 서양 음악가들의 이야기가 중심이 될 것입니다.
첫 회는 프랑스 파리의 로댕 미술관에서 만난 말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언젠가 독자 여러분께서 파리의 로댕 미술관에 갈 날이 있기를 그리고 저 또한 한 두어 번은 더 가보는 행운이 있길 바라며 이 글을 시작합니다.
로댕의 정원을 향해서
1837년 파리 최초의 기차역 생 라자르역(Gare St. Lazare)이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현재의 위치에서 약간 위쪽에서 운행을 시작했고요. 그동안 수차례의 시행착오를 거쳐 파리를 대표하는 기차역으로 자리잡았습니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기차역에서 반가운 사람을 만났을까, 그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기차역에서 눈물을 흘렸을까, 대체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이 기차역에 담겨있을까 하는 상상은 생 라자르 역 앞 광장에 우뚝 설치된 아르망(Armand Fernandez, 1928년 11월 17일~2005년 10월 22일)의 두 작품으로 향했습니다.
수십 개의 여행용 트렁크 가방을 쌓은 <삶의 지시>(1985, Consigne a Vie), 수십 개의 원형 시계를 쌓은 <모두의 시간>(1985, L'Heure de Tous)은 이곳을 찾는 모든 사람들에게 잠시 사유할 시간을 건네는 듯 보였습니다. 그 작품들을 올려다보며 역시 파리는 파리구나, 기차역마저도 예술적이구나 싶었습니다.
파리 최초의 기차역 '생 라자르 역' 앞 광장의 모습. 프랑스계 미국인 작가 아르망의 이 이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