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冊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당신의 첫사랑은 안녕하신가요?

강현수
강현수 · 영화와 冊.
2024/01/27
2023. 무라카미 하루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하루키 소설을 관통하는 핵심어 몇 개가 있다. 그 중에서도 ‘첫사랑’과 ‘상실’은 꽤 중요한 위치에 놓여 있음직 하다. 이 두 단어를 염두에 두고 읽어보자. 독자는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을 통해 하루키라는 작가를 더 잘 이해하게 될 것이다. 물론, 그 역도 가능하다. 하루키를 이미 잘 아는 이라면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이 자서전처럼 읽힐지도 모를 일이다. 현란한 직유, 은유, 대유 등 자신을 숨기기 위해 사용되었을 것만 같은 것들이 어쩌면 작가 자신을 더 잘 드러내는 장치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키 특유의 글맛이 있다. 하루키는 스스로 부족한 어휘력을 고백한 적이 있다. 그 공백을 나름의 서술로 보충한다고 했다. 예를 들면, ‘죽순’이란 단어가 생각이 나지 않으면, ‘판다가 좋아하는 음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 거기에 하루키는 감각적으로 리듬감을 더한다. 하루키의 읽기 쉬운 사유적 문장은 그렇게 탄생하는 듯하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에서도 하루키 분위기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반가웠다. 다만, 압축미가 이전 소설에 비해 떨어진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800쪽에...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소설도 씁니다.
101
팔로워 87
팔로잉 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