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걸>은 왜? 드라마가 싸이코 범죄자 김모미를 지운 이유.

홍형진
홍형진 인증된 계정 · alookso 에디터
2023/08/30
낮에는 직장인, 밤에는 마스크걸로 사는 주인공 김모미. 출처: 넷플릭스


넷플릭스 드라마 <마스크걸>이 글로벌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습니다. 자극적인 소재와 높은 수위로 유명한 동명의 인기 웹툰이 원작이다 보니 넷플릭스가 아니면 드라마화 자체가 어려웠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연히 원작과 비교하며 호불호를 밝히는 사람도 상당히 많은 분위기인데 특히 뚜렷하게 변화를 가한 지점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피카레스크(Picaresque). 원작 웹툰의 장르를 이야기할 때 즐겨 사용되는 표현입니다. 주요 등장인물 대다수가 도덕적으로 문제 있는 악인인 작품으로 그들의 악행에 토를 달거나 굳이 옹호하지 않는 게 특징입니다. 나쁜 사람이 나쁜 짓을 벌이는 내용을 통해 온갖 욕망과 악에 찌든 세태와 인간상을 풍자하는 구도입니다. 
   
원작 웹툰 <마스크걸>이 그랬습니다. 주인공 김모미는 누가 봐도 악인으로 싸이코 범죄자 그 자체였습니다. 외모지상주의 세태로 인해 인생이 꼬인 측면이 있긴 하나 이를 빌미로 그의 악행을 정당화하지는 않습니다. 그의 악행과 범죄는 본인의 비뚤어진 욕망과 공격성에 따른 것으로 그려집니다. 
   
반면 드라마 <마스크걸>은 다릅니다. 김모미의 모든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했습니다.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혹은 뚜렷한 의지보다는 세태에 등 떠밀려 그랬다는 식으로 연출함으로써 악인보다는 피해자로 다가오게 만듭니다. ‘우리 사회가 만들어낸 암울한 군상’ 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그의 행보나 됨됨이 또한 싸이코보다는 평범한 인간에 가깝습니다. 
   
바뀐 건 김모미뿐만이 아닙니다. 다른 주요인물의 캐릭터나 사건의 흐름 역시 상당히 변화했습니다. 단순히 순화하는 걸 넘어서 서사 이면의 정서, 나아가 삶과 세태를 바라보는 시선까지 제법 바뀌었습니다. 관점에 따라서는 ‘싸이코 막장극 성격을 줄이는 대신 여성주의 연대기 성격을 살짝 입혔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원작과 드라마의 차이를 살펴보면서 연출 의도를 가늠하고 각자의 감상을 확인하는 시간을 가져볼까 합니다. 적어도 드라마는 시청한 상태임을 전제로 이야기를 이어갈 테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작가. 소설가로 등단했지만 다른 분야 글쓰기에 치중해왔다. 문화예술, 금융, IT 업계에서 일했다.
19
팔로워 264
팔로잉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