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를 사랑하는 직업> 성공적으로 실패하는 삶

참미 · 책방지기 그런데 책보다 빵이 더 좋은
2024/03/29
  2018년 2월 10일. 나는 고등학교 두 개가 붙어 있는 작은 동네에 책방 문을 열었다. 처음 1년은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를 정도로 눈 깜짝할 사이 지나갔다. 새로운 업무와 환경에 적응하기에 1년은 생각보다 짧았다. 모든 것이 새롭고 좋았지만 그만큼 실수나 미숙함이 많았던 시간. 2018년의 일기장에는 기쁨보다는 후회와 자책의 자리가 압도적으로 더 많다. 

  그다음 해의 1년은 업무가 어느 정도 익숙해져서 심적으로나 물리적으로 약간의 여유를 즐길 수 있었다. 무엇을 더 좋아하는지,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한 이해가 생기기 시작하자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이 명확해졌다. 그로 인한 기쁨도 있었지만 한계점 또한 명확하게 느낀 시간이라고 할까. 

  그리고 그 다음해의 1년. 이제 정말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책방을 운영할 수 있으려나 생각했는데, 예상하지 못한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복병이 기다리고 있었다. 코로나 시대의 책방 운영은 마치 내 손을 떠난 문제처럼 느껴지곤 했다. 많은 자영업자들이 그랬겠지만 달마다,  때론 주마다 바뀌는 정책 속에서 그저 버티는 마음으로 1년이란 시간을 보냈다. 

이렇게 저렇게. 때로는 버티고 때로는 그저 흘러가버린 시간 속에서 책방은 어느덧 6년차에 접어들었다. 조금은 자라고 편안해 졌을 법도 한데, 책방의 운영은 영 익숙해지지 않는다.  책방 운명은 여전히 예측 불가다. 어디에도 자리 잡지 못한 채 방황하는 나의 작은 책방이여. 

사실 조금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객관적인 상황은 더 나빠졌다. 월세를 내기 조차 버거울 만큼 책방의 이용자는 현저히 줄었고 책방을 준비하던 이십대의 나는 삼십대의 중후반을 통과하고 있으니. 단순히 좋아서 하는 일을 넘어선, 나의 만족과 기쁨만으로 이 책방을 운영하기엔 현실적인 문제들의 무게의 비중은 시간에 비례하게 커지고 있다. 
 
  • 비록 지난 시간을 후회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앞으로도 이전만큼 즐겁게 해 나갈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에 힘차게 대답하지 못하는 상황이랄까. 이런 회의감 속에서도 위안이 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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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마음엔 실패가 없지>를 썼습니다. 쉽게 행복해지는 사람, 책과 빵과, 커피를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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