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루토>의 실패는 클리셰 때문인가?

김다움
김다움 · 게을러요
2023/11/20
애니메이션 비평에 '클리셰'만큼 남용되는 단어는 없다. 클리셰는 스토리나 설정 그 자체보다는, 그것들을 구현하는 방식에 적용돼야 적절하다. 똑같은 얘기라도 다르게 할 수 있다. 뻔한 얘기를 뻔하게 한다면, 영상으로서 최악이다. <플루토>의 실패에서 배웠으면 좋겠지만, 실패를 인정하긴 할까.
넷플릭스
<플루토>는 분명 실망스러운 애니화지만, 평가가 갈릴 것이다. 오타쿠의 기준은 영상 바깥에 있기 때문이다. 오타쿠에게 애니는 독립적인 작품이 아닌, 원작의 쌍둥이다. 그러니 영상으로서의 완성도는 뒷전이다. 내가 사랑하는 원작을 얼마나 충실하게 옮겼느냐가 중요할 뿐이다. 이런 태도는 감상을 납작하게 만든다. 영상엔 복합적인 정보가 존재한다. 애니는 스토리, 설정, 대사, 작화로 환원할 수 없다. 대사를 읽는 톤, 속도, 침묵과 공백의 길이, 계속해서 변하는 시점, 시점에 따라 변하는 정보, 장면과 장면을 잇는 움직임, 그리고 음악, 효과음까지, 전부 중요하다. 아무리 원작이 훌륭해도 단순히 옮기는 데 그친다면, 좋은 영상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수많은 오타쿠의 인생 애니 <강철의 연금술사 Brotherhood>(2009)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좋은 작품이다. 다만 영상으로서의 강점을 액션 말고 보여주지 못했다.

'강철의 연금술사'는 흥미로운 사례다. 다른 듯 닮은 두 개의 미디어믹스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2009년 판은 원작을 충실하게 따랐고, 2003년 판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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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언론을 전공하는데, 그다지 전문적이진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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