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땅 안데스에 서다(2) -피사로가 만든 리마-

박찬운 · 교수·변호사, 여행가이자 인문서 저자
2024/05/12
남미여행 첫 여정은 페루 수도 리마에서 시작되었다. 24시간 비행 끝에 밤늦게 도착해 자는 둥 마는 둥 하다가 깼으니 몸은 기진맥진. 만사가 귀찮으나 아까운 시간을 호텔에서 마냥 보낼 순 없다. 작은 배낭에 물 한 병과 바람막이 옷만 넣은 채 밖으로 나왔다. 하루 자유일정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 나는 우버 택시를 불러 구도심 아르마스 광장으로 향했다.

모름지기 남미 여행에서 주요 도시를 가면 무조건 아르마스 광장(아르마스라는 말은 무기라는 뜻이다. 식민지 시대 군대의 무기(무기고)는 통치자가 있는 시내 중심에 두었기 때문에 아르마스 광장은 통치자가 있는 광장을 뜻한다. 곧 도시의 중심이라는 뜻이다.)이라는 역사 지구에 가야 한다. 이곳에 가면 수 세기 전 스페인 식민 통치자들이 어떻게 원주민들을 통치했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여러 건축물들이 있다. 리마도 예외가 아니다. 아니 그 전형을 가장 리얼하게 볼 수 있는 곳이 리마다.
 

리마 역사지구의 아르마스 광장, 저 앞의 성당이 리마 대성당. 피사로가 건축을 명하여 만들어진 것이다. 저곳에 피사로의 무덤이 있다. (필자 촬영)


리마의 오늘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한 부분은 식민지 시대의 역사를 보존하고 있는 역사지구가 있는 구도심, 또 한 부분은 현대 리마를 보여주는 해안가 미라플로레스. 서울로 보면 강북과 강남의 구별이라고나 할까.

미라플로레스는 비교적 현대 건축물이 많고 부자들이 사는 곳이라 치안도 좋다. 외국에서 온 관광객들이 묵는 호텔도 이곳에 많다. 우리 일행도 이곳의 한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미라플로레스에서 구도심 역사지구까지는 차가 안 막히면 20여 분 정도밖에 안 걸리는 근거리지만 리마의 교통 체증도 장난이 아니다. 지척에 목적지가 있었지만 택시는 한 시간이나 헤맨 다음 역사지구 근처에서 나를 내려 주었다. 메퀴한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800만 명이 사는 남미 거대 도시가 주는 반갑지 않은 선물이다.
 

리마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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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변호사. 전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차관급). 오랜 기간 인권변호사로 활약. 우리나라 인권법을 개척한 인권법 연구가. '빈센트 반 고흐 새벽을 깨우다', '로마문명 한국에 오다' 등 10여 권의 인문교양서를 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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