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은 갈기를 조련하듯이

적적(笛跡)
적적(笛跡) · 피리흔적
2024/05/29
 
처음 이 집을 계약할 때 문을 열고 들어서자 커다란 창으로 햇살이 한껏 들어오는 것을 보고 일단 마음에 들어버렸어요. 어쩌면 집을 고르는 것은 옷을 고르는 일과 같다는 생각을 가끔 하곤 해요. 
한동안 보세 옷 가게 앞을 지나다니며 옷들을 구경하곤 했어요. 여자 옷에 비해 남자 옷은 턱없이 종류가 부족했지만, 가게 여 사장님과 친해지다 보니 가게에 들어가면 신상으로 들어온 옷들을 꺼내 옷걸이 채로 흔들며 취향에 맞는 옷들을 보여주곤 하셨죠.
 
뭐 대단한 옷들도 아니었고 가격대가 조금 나가는 옷이거나 그전에 선택했던 옷들과 비슷한 패턴이나 디자인의 옷들이었죠.
 
대부분 사장님이 흔드는 옷들을 사거나 오랫동안 책을 고르듯이 빽빽하게 걸려있는 옷들을 바라다보며 집안 옷장에 있는 옷들을 떠올리며 골라서 비닐봉지에 싸서 돌아오곤 했어요.
 
햇살이 계약했던 날처럼 집안으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털썩 쓰러진 것처럼 누워있어요. 고양이 모란은 식빵 자세를 하고 햇살의 가슴에 앉아있는 아침입니다. 
 
동네 아이들은 그 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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